[생생확대경]증권사 닮아가는 신용평가사 `유감`

  • 등록 2021-04-27 오전 2:00:00

    수정 2021-04-27 오전 2:00: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전세계 성장률은 반토막 이하로 추락할 수 있다.”

세계은행(WB)이 올해 초 내놓은 경고다. 올해 코로나 백신 접종이 늦어진다면 4%로 예상된 전세계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실제 지금 그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WB는 전세계 백신 보급을 위해 선진국들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대유행 비상사태에 맞춘 조처와 백신 생산·공유를 위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바이든의 미국은 더 많은 백신 확보를 위해 백신 원료, 제조설비 수출을 통제하는 국방물자생산법(DPA) 시행에 나섰다.

이 가운데 기업의 신용등급을 담당하는 신용평가사가 ‘시장과의 소통’을 이유로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크레딧 업계에선 ‘에쿼티(증권사) 닮아가는 신용평가사’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신평사들은 올 들어 주요 기업들의 등급 혹은 등급전망 상향에 잇따라 나섰다. 시장에선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할 신평사들이 ‘주가가 계속 오르니 목표가 상향에 나서는’ 증권사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올 들어 신평 3사의 등급 상향은 가파르다. 투자적격 등급 중 SK매직, 대상(001680), 현대차증권(001500), 매일유업(267980), DB금융투자(016610), 오케이캐피탈, 디엘건설, 코리아신탁 등의 등급이 오른 반면, 등급 하향은 SK이노베이션(096770), SK E&S 등 손에 꼽힌다.

최근 신평사들의 등급(전망) 상향 논리 대부분은 미래에 좋아질 것을 선반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선제적’ 등급 상향이다.

사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은 주식의 영역이다. 카카오(035720), 네이버(035420) 등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건 미래에 그만큼 큰 돈을 벌어다 줄 것이란 믿음이 자리한다.

채권은 좀 다르다. 이 회사가 망하지 않고 나에게 정해진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지가 핵심이다. 현재 돈을 얼마나 버는 지, 미래에 나에게 정해진 돈을 갚을 수 있을 지 중요하다. 그래서 그동안 후행적, 뒷북 대응이라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붙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올해 신평사 레이팅 액션이 과거처럼 충분한 실적추세 확인작업을 거친 뒤가 아니라 향후 전망에 좀 더 무게를 둔 선제적 레이팅 액션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평사들은 과거 수치만으로 등급을 매기면 인공지능(AI)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또 최근 변동성이 너무 커서 미래 전망을 좀 더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지금 어느 때보다 낙관론이 팽배하지만, 넘쳐나게 풀린 유동성이 영속적일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코로나 백신 공급도 그리 녹록지 않다.

그렇다면 신평사들은 지금이야말로 코로나 관련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해 알려야 한다. 정부가 신용평가업무에 대해 인가를 받도록 한 것은 일부 공적인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2곳 이상에서 신용등급을 받도록 한 복수 평가의 취지 역시 신평 3사 중 어느 한 곳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같이 엑셀레이터를 밟기보다, 설령 냉랭한 반응이어도 시장 과열·버블 가능성에 대해 마지막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그게 신평사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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