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스포츠부터 샘표식품까지…성패 엇갈린 공개매수

[진화한 공개매수]
공개매수는 1990년대 초반부터 활발
경영권 분쟁이나 적대적 M&A때 사용
사례따라 성공과 실패 분위기 엇갈려
책정 매입가+향후 판단 등 종합 고려
  • 등록 2023-02-17 오전 3:00:00

    수정 2023-02-17 오전 7:08:26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한국증권거래소는 삼나스포츠의 대주주인 미국 나이키사가 삼나스포츠 주식의 99.3%인 19만3453주를 공개 매수, 주식분산요건이 미달됨에 따라 18일부로 상장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1994년 7월 13일에 나온 한 일간지 기사 내용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도 공개매수를 통해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공개매수는 과거에도 줄곧 이어져 온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꾸준히 사용됐다. 공개매수는 문자 그대로 공개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은밀하게 사는 게 아닌, 대놓고 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반 주식시장에서 사고파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공개매수는 일정 기한과 매수 가격을 정해놓고 장외에서 사들이는 행위다. 정해진 기간에 주주들의 매도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웃돈을 쳐서 사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과거 사례 보니…때로는 성공, 때로는 실패

수십년간 이어진 공개매수는 우호적으로 진행된 경우도 있지만, 적대적 M&A나 경영권 분쟁 때 사용되기도 했던 카드다. 자금으로 지분을 대거 사들이겠다며 이해 관계자들을 압박할 때 중용되곤 했다.

과거에 있었던 공개매수 사례로는 앞서 언급한 삼나스포츠가 있다. 당시 미국 나이키 본사는 제품 생산·마케팅을 해오던 삼나스포츠와의 기술계약 종료가 임박하자 주당 5만6349원에 공개매수를 시도했다. 같은 해 4월 당시 삼나스포츠 주가는 5만7000원~5만8000원선이었다. 사실상 시장가 수준에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

1994년 5월 25일~6월 13일까지 20일간 이뤄진 공개매수에서 나이키는 지분 99.21% 취득에 성공했고, 삼나스포츠는 상장 폐지됐다. 삼나스포츠는 공개매수 이후 상장 폐지한 국내 첫 사례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한솔제지가 동해종합금융 주식 15%를 1주당 3만8000원에 공개 매수해 성공했고, 12월에는 연탄제조업체 원진이 경남에너지 주식 5.29%를 4만9500원에 공개매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공개매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해 9월 SK케미칼 92만주를 10만8800원에 추가 취득하기 위한 공개매수에 나섰다. 1대 1.57 경쟁률로 공개매수가 가까스로 성사되긴 했지만 모두가 이를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안다자산운용은 “공개매수가격이 적정주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싱가포르 행동주의 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도 같은 이유로 공개매수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LG화학의 미국 나스닥 상장사 인수도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지분 100% 인수를 위해 7000억원 넘는 자금을 지출했다.

설정 매입가·공개매수 목적 따라 희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엘엔파트너스가 2017년 인수한 맘스터치도 지난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맘스터치 상장폐지를 두고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보존하는 한편 향후 매각작업을 수월하게 가져가기 위한 상장폐지로 평가했다. 실제로 맘스터치는 현재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새 주인을 물색하고 있다.

공개매수가 늘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실패 사례도 있다. 산업용 필름 업체이자 코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 GRT(900290)가 지난해 초 자진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 금강고려화학(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8% 공개매수와 같은 해 이베이의 옥션 공개매수, 2008년 옛 우리투자증권 PEF 마르스제1호의 샘표식품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갔던 사례들이다.

당시 마르스1호는 주식 89만305주를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주식 가격이 2만2000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6%나 올려 잡은 가격이었다. 그러나 샘표식품 주가는 공개매수 선언 6일 만에 3만3850원까지 급등하면서 공개매수가를 훌쩍 웃돌았다. 이 여파로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공개매수 목표량의 10% 수준인 8만9511주에 매집에 그치며 수량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앞선 사례들을 보면 공개매수때 설정한 매입가에 대해 일반주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장내에서 주식을 매각하면 세금을 내지 않지만, 장외에서 진행되는 공개매수에선 20%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도 고려요소다.

이밖에 상장폐지를 위한 전량 인수가 목적인지, 경영권 인수만을 위한 일정 지분 인수가 목적인지도 영향을 미쳤다. 전자인 상폐 목적의 경우 잔존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반주주들이 매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향후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판단에 주주들의 행동이 엇갈리는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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