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인간관계론, "더 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 하라"

  • 등록 2013-10-07 오전 8:26:57

    수정 2013-10-07 오전 8:26:57

김기태 LG 감독(오른쪽)이 지난 5일 잠실 두산전서 승리하며 정규시즌 2위를 확정지은 뒤 선수들과 일일히 포옹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김기태 LG 감독 주변엔 늘 사람들로 넘친다. 야구계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넓은 인맥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흔한 ‘정치적 인간’의 굴레에 갖혀 있지 않다. 그가 챙기는 사람들은 비단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흔한 말로 ‘높은 분들’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사람들을 끄는 매력을 지닌 사람이다. 야구판에서 그를 욕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LG서는 2군 감독과 수석 코치, 그리고 2년간 감독을 하며 선수들로부터 마음을 얻었다.

지난 겨울 두 번째 FA 자격을 얻게 된 이진영과 정성훈, 삼성에서 LG를 택한 투수 정현욱은 다른 팀들의 거액 제안을 물리치며 한결 같이 “김기태 감독님과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그런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잘해주려면 힘들지 않습니까. 꼭 준 만큼 돌아 오는 것도 아닐텐데요.”

그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어려울 게 뭐 있습니까. 바라지 않으면 속 상할 일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가르쳐 준 인생 철학을 이야기 했다. “늘 의무가 권리보다 먼저라고 강조하셨어요. 자기가 할 일을 먼저 하고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요. 전 선수들에게도 그것만 주문했습니다.”

잠실 야구장엔 선수들이 훈련 중 흡연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김기태 감독이 취임한 뒤 그곳이 한결 깨끗해 졌다는 것이 구장 청소하는 아줌마들의 증언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담배 피는 것을 금하지 않았다. 대신 함부로 침을 뱉거나 아무데나 꽁초를 버리지 말라고 했다.

“담배필 권리를 주장하려면 담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의무를 다하라고 했습니다. 그곳엔 에어컨이 있어서 쉬러 들어오는 선수들도 있거든요. 또 청소하는 분이 자신의 어머니라 생각해 보라 했어요. 침 뱉고 아무데나 담배 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는 야구에서도 같은 걸 주문했다. 그저 잘 치고 잘 던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움직임, 그러나 누군가 꼭 해야 하는 것들을 강조했다. 혹시 공이 뒤로 빠질 것에 대비해 백업 수비를 들어가고, 주자가 있을 땐 어떻게든 진루를 시킬 수 있는 배팅이 김기태 야구의 시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 속엔 미움이 싹틀 수 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머리 검은 짐승은 믿지 말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러나 그는 또 한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받지 못한 걸 탓하기 전에 내가 더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제서야 작은 화제가 됐던 ‘선수단 사복 단체 촬영’ 일화의 진짜 뜻이 이해됐다. 김 감독은 지난 2일 경기 전 선수들과 운동장 앞에서 사복을 입은 채 단체 촬영을 했었다. 그땐 그저 “1년간 함께 많은 곳을 다녔는데 사복 입고 사진 한장 못 찍었다”는 이유만을 이야기했다.

김 감독의 제안으로 선수단이 함께 사복 촬영을 한 모습. 사진=LG 트윈스
당시 LG는 1위 자리를 삼성에 뺏긴 것은 물론, 자칫 4위까지 추락할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수들은 약속했던 플레이를 하지 못했고, 그 작은 틈은 잇단 패배로 이어졌다. 보는 이들에게 화를 불러일으키는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때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히려 미안함을 느꼈던 것이다.

“돌이켜 보니 우리가 1위를 하고 있을 때 감독이 너무 욕심을 냈던 것 아닌가 싶더라구요. 그런 나를 보며 선수들의 플레이가 위축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복 입고 웃으며 단체 사진을 찍으면서 미안한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은퇴 후 일본 프로야구 한신과 요미우리 등에서 지도자 연수와 코치로 활동했다. 그 당시 그 동안 쌓은 인맥 절반은 정리가 됐다고 한다. 그에게서 힘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떠나는 사람이 생겼던 것이다.

김 감독은 “그냥 ‘아~그렇구나’라고만 했죠. 뭘 바란 적이 없으니 속상하지 않더라구요. 대신 남은 사람들에게 내가 뭐 못해준 건 없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감독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어른들(원로 감독)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하셨는지 놀랍다는 생각만 듭니다. 전략 같은 거로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멉니다. 다만, 선수들의 마음을 얻고 진심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 제 마음을 선수들도 알게 된 것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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