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스토리, 서정적 음악..韓 관객을 사로잡다

[리뷰]뮤지컬 '하데스타운'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대사없이 노래만으로 강렬한 경험
  • 등록 2021-09-16 오전 5:00:00

    수정 2021-09-16 오전 5:00:0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이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극의 뼈대는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이 오래된 사랑이야기를 대사 없이 노래와 음악만으로 완벽하게 관객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며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매혹적인 스토리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풀어낸 ‘하데스타운’은 155분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극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게 한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장면(사진=에스앤코)
신화 속에서 수동적이던 ‘에우리디케’와 위엄있는 ‘페르세포네’를 진취적이고 자유분방하게 그리며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로 재창조한 점도 눈에 띈다.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의 아내, 지하세계로 간다는 두 가지 설정만 남겼다. 신화 속에서는 수동적이고 뱀에 물려 죽는 인물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배를 채울 빵과 몸을 피할 지붕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지하 세계로 내려간다. 또 하데스의 아내인 ‘페르세포네’는 지상에서의 생활을 만끽하는 ‘자유의 여신’ 같은 존재로 표현하는 등 색다른 해석을 보여준다.

남성 캐릭터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아 그리스 신화를 중심으로 한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오르페우스’는 노래를 쓰는 가난한 소년으로 등장하지만, 절대적 위력을 지닌 신화 속 음악적 재능은 그대로 갖고 있다. 죽은 자들의 신인 ‘하데스’는 이 작품에서도 광산을 운영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지하 세계의 신으로 등장한다. 하데스의 광산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지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죽은 자’와 다를 바 없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장면(사진=에스앤코)
줄거리는 신화 속 이야기를 따라간다.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으려 저승으로 내려간 ‘오르페우스’가 음악으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를 감동시키고, 그녀를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얻어낸다. 하지만 완전히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지키지 못해 결국 ‘에우리디케’를 데려오지 못하고 슬퍼하다 죽는다.

하지만 뮤지컬은 비극으로만 끝맺지 않는다. 마지막에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처음 만났던 장면으로 되돌아가며 불멸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데스타운’은 열린 결말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해피엔딩을 위해 이들의 사랑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볼 수도, 지금도 어디에서 누군가는 신화 속 주인공같은 사랑을 싹 틔우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음악이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이루어진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인 ‘하데스타운’은 포크, 블루스, 재즈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37곡의 넘버로 촘촘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독특한 스타일에 스토리텔링까지 완벽해 감탄사를 자아내는 음악이다. 특히 트럼본 소리가 귀에 박히는 오프닝 넘버 ‘지옥으로 가는 길’(Road To Hell), 흔들리는 랜턴으로 지하 세계를 헤매는 느낌을 기가 막히게 연출한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기다려줘’(Wait For Me), 오르페우스의 가성이 소름 돋는 ‘서사시Ⅲ’(EpicⅢ) 등이 압권이다.

독보적인 매력에 높은 완성도를 갖춘 ‘하데스타운’은 근래 본 가장 독창적이면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이다. 하반기 기대되는 초연작 1위(인터파크)에 오른 관객들의 높은 기대치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뮤지컬 마니아라면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역사적인 한국 초연 무대에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엑소), 김수하, 김환희, 강홍석, 최재림, 김선영, 박혜나, 양준모, 김우형, 지현준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2월27일까지 LG아트센터. ★★★★☆(강력 추천!)

※별점=★★★★★(5개 만점, 별 갯수가 많을 수록 추천 공연)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장면(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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