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겨울휴가로 제주로 가는 길 곳곳에서 어르신들의 푸념이 들려왔다. 바로 키오스크 때문이다. 언제부터 제주 여행길이 이렇게 모두 키오스크의 차지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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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도착하니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바로 렌트카. 기자도 무인 배차는 처음이다. 사전예약 때도 이에 대한 공지는 없었다. 예약번호를 누르고, 운전면허증을 스캔하고, 운전면허 번호를 다시 누르고, 렌트카 계약에 따른 보상 내용에 대한 확인까지 키오스크로 이뤄진다. 익숙하지 않은 키오스크는 누구에게 어렵다고 느끼던 차에 여기저기서 하소연이 나왔다.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을 터뜨리는 어르신들이었다. 발권부터 커피까지야 참았지만 제주에 도착해서 처음 맞닥뜨린 게 또 키오스크. 게다가 난이도는 가장 높았다. 친절하지 않은 키오스크를 탓하기보다 그것을 다룰 줄 모르는 자신을, 그리고 그들의 나이를 탓하는 모습이 짠했다.
키오스크의 확산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여행객들이 모여드는, 관광상품을 파는 제주에서 이렇게까지 무인 시스템이 필요할까. 젊은이들이야 키오스크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작동을 어려워한다. 지난 5월 서울디지털재단이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 5000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55세 이상 서울시민 중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고 답한 응답자는 45.8%였다. 이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가 가장 많았다. 어르신들 2명 중 1명은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고,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키오스크가 맞이하는 여행지의 인상이 좋을 리가 없다.
여행은 특히 국내 여행일 경우 일상보다는 더 천천히, 쉼을 즐기러 가는 이들도 많다. 이런 여행객들에게는 마주하면 일단 거부감이 생기는 키오스크 대신 따뜻한 환영인사를 건네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