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이 필요한 이유, 이젠 아시겠습니까

  • 등록 2011-07-09 오전 8:11:11

    수정 2011-07-09 오전 10:09:31

▲ 이종범이 8일 잠실 LG전서 적시타를 떄려낸 뒤 최태원 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2년 전, KIA가 10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있었던 일이다. 이종범에게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만나자고 했다. 아내와 함께 나왔으면 좋겠다는 뜻도 함께였다.

이종범은 그 자리에서 구단 고위 관계자에게 참 아픈 말을 들었다. "왜 이종범이 더 야구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내게 설명해 보시오."

물론 그 전엔 은퇴시 받게 될 혜택에 대한 충분하 설명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종범이 뜻을 굽히지 않자 초강수를 둔 것이었다.

이유가 무엇이었건 간에 이종범에겐 적지 않은 상처였다. 하지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현재 팀 사정상 여전히 내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주전은 아니더라도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은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내 가슴 속에 열정이 식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지난해는 이종범도 KIA도 아픈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2011시즌, KIA는 다시 우승 꿈을 꾸고 있다. 그 한켠에 이종범이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종범은 8일 현재 56경기에 출장, 타율 2할6푼, 2홈런 14타점을 기록중이다. 주목할 것은 성적만으로도 그를 넘어선 KIA 외야수가 몇 안된다는 점이다.

나지완은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고 김원섭은 체력 문제로 주기적인 공백이 불가피하다. 외야로 전향한 김상현의 타율은 2할2푼7리. 잠시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시 주춤하고 있다.

새로운 세력으로 성장해 줄 거라 기대했던 신종길은 2할대 초반의 타율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임한용 윤정우 김다원 등 유망주들의 성적은 그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저 무한히 기회를 준다고 유망주가 크는 것이 아니다. 경쟁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때 비로서 진짜 자신의 것을 만들 수 있다.   이종범은 그런 후배들에게 여전히 매우 강력하며 건전한 경쟁자다. 이종범의 경쟁에서 이름이나 세월 값은 필요없는 요소다.  

앞에서 살펴본 것 처럼 2011시즌의 KIA 외야는 주전을 고정한 채 꾸려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상대와 경기 상황, 선수들의 체력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꾸려갈 수 밖에 없다. 이종범이 그 중심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종범이 여전히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종범은 주자가 없을 때 타율이 2할3푼9리에 불과하지만 유주자시엔 2할8푼8리로 타율이 껑충 뛰어오른다. 득점권 타율은 3할3푼3리나 된다.

여름에 접어들며 타격감이 더욱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종범은 6월 이후 3할2푼8리를 기록중이다.

8일 잠실 LG전서는 나지완을 대신해 대타로 등장,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이날의 유일한 타점이자 결승점을 올렸다. 현재 KIA에서 이종범의 자리가 어디인지,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를 가장 잘 드러낸 장면이었다.

3번과 4번을 제외한 전 타순에 기용됐다는 점은 그의 효용가치가 어느정도인지를 설명해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만약 이종범을 구단의 의도대로 은퇴시켰다면 지금쯤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족함 속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하긴 어려웠을거란 건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이종범은 늘 "후배들과 경쟁에서 밀리면 깔끔하게 은퇴하겠다"고 말해왔다. 그의 다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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