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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란 ‘생명을 죽이는 물질’이라는 의미로, 사람 몸 속에 침투한 균을 선택적으로 죽이거나 성장을 막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은 각종 감염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인류는 그동안 항생제를 개발하며 세균과 전쟁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세균이 항생제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항생제가 제 기능을 못하는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내성이 만연해지면 일반적인 수술이나 치료에서도 감염이 발생했을 때 속수무책이 됩니다. 영국 국가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AMR)는 항생제 내성 확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는 2050년 연간 1000만명에 이르는 감염병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등장한 슈퍼박테리아 감염에 인류가 노출되면서, 이미 유럽에서는 연간 2만5000명, 미국에서는 1만1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슈퍼박테리아 대항마…기술수출 통해 해외 진출
동아에스티(당시 동아제약)는 세균에 대항할 수 있는 최후의 항생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로 지난 1996년 1월부터 항생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8년에 걸쳐 약 2000개의 새로운 물질을 들여다보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01년 5월 ‘DA-7867’을 신약후보물질로 확정합니다.
그러나 이에 좌절하지 않고 연구를 재개한 결과 2004년 약효와 물성, 독성을 크게 개선한 ‘DA-7218’(성분명 테디졸리드, 제품명 시벡스트로)을 발굴합니다. 동아에스티는 테디졸리드의 국제특허를 출원하고 국내 안전성평가 연구소와 전임상(동물실험) 연구를 실시해 2006년 성공적으로 연구를 완료했습니다. 또 이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해외 임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2007년 1월 미국 트리어스 테라퓨틱스(현재 미국 MSD)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14년 6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급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에 대한 효과를 인정받아 ‘시벡스트로’라는 이름으로 신약 승인을 받습니다. 국산 신약이 미국에 진출한 것은 2003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당시 LG생명과학)의 ‘팩티브’ 이후 11년 만의 성과였습니다.
이후 2015년 초 유럽에서도 허가를 받아 발매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4월 정제와 주사제를 각각 국산 24호, 25호 신약으로 승인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일본과 싱가포르, 러시아, 멕시코 등에서도 발매했으며, 중국에서도 임상3상을 완료해 판매 허가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6일 만에 안전한 치료효과…폐렴 효능도 입증
시벡스트로는 메타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포함한 그람 양성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ABSSSI) 치료를 위해 경구제 및 주사제로 개발된 항생제입니다. 이 약은 6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르고 안전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두 번에 걸친 임상 3상 시험에서 시벡스트로는 대조약물인 자이복스와 동등한 결과를 보였으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소화기계 부작용 발생률이 낮았습니다. 또 폐렴에 대한 치료효과를 추가로 검증하는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올해 2분기에 마쳤습니다. 폐렴 적응증을 추가하면 지금보다 약의 사용 범위가 많아지는만큼, 시벡스트로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