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말고 사장 데려와요'…"뿌리깊은 편견, 실력으로 이겨냈죠"

[만났습니다]①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여성기업 유니콘은 마켓컬리 하나…IT 창업 분위기 살려야
"세계적으로 이름 날리는 창업가 나오길"…적극 지원
윤석열 정부, 여성기업 총괄할 조직 최우선으로 만들어야
공공구매 의무화 잘 안 지켜져…구매비율 10%로 올려야
  • 등록 2022-05-06 오전 5:00:00

    수정 2022-05-06 오전 5:00:00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현재 여성기업 중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은 마켓컬리 하나뿐인데,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뒷받침했으면 합니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보통신기술(IT) 분야에서 여성 창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잘 살려서 하나의 신화를 만들고 싶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여성기업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를 제안하고, 협회 차원의 지원방법도 함께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제 10대 회장으로 추대된 이후 현장을 누비며 여성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소통하는데 주력했다. 전국 17개 지회를 모두 찾았으며, 16개 여성기업도 방문했다. 또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금융기관 수장들을 부지런히 만나 여성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이 회장은 “여성기업은 판로 확보에 가장 애를 먹는다.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여성기업제품 구매 의무화를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공공구매 의무구매비율도 현재 여성기업의 경우 물품·용역에 대해 5%, 공사는 3%로 정하고 있는데 이를 상향시킬 필요가 있다. 창업기업은 총 구매금액의 8%까지 의무 구매하도록 하는데 여성기업도 한 10%까지는 올려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에 최우선적으로 바라는 정책으로는 277만 여성기업 정책을 총괄할 조직을 신설할 것을 꼽았다. 이 회장은 “여성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그려줄 총괄조직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며 “중소벤처기업부 내 ‘여성기업정책실’을 만들어 여성기업 경영환경 개선, 창업 지원 등을 집중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12월 제 10대 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여성기업 현장 방문과 정책토론회 등으로 정신없이 보냈다. 지난 4개월 간 소감을 말씀하신다면.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취임 이후 많은 여성 CEO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전국 17개 지회를 모두 찾았으며, 지역마다 회원사를 둘러봐 16개 여성기업도 방문했다. 소통할수록 우리 여성기업 중에 정말 어려운 기업이 많지만, 조금만 도와주면 강소기업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곳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 4개월 동안 관련 정부부처, 공공기관, 금융기관 수장들을 부지런히 만나 여성기업 대출금리 인하와 여성기업 발전을 위한 지정기부금 유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여성기업 수의계약 한도 상향 조정 추진 등의 성과를 얻었다. 어깨가 한층 무거워지는 한편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졌다.

-30년 넘게 비와이인터스트리를 이끌어 오면서 현장에서 느낀 여성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는지.

△바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시선이었다. 여성이 흔치 않은 금속 제조업 특성상 “아줌마 말고 진짜 사장 데리고 와요”라는 무시도 많이 받았고, 기술적으로 아무리 설명을 잘 해줘도 나보다는 남자 직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에 조언을 구하거나 하소연할 곳도 없고 정보를 얻을 곳도 부족했는데, 이러한 난관을 극복해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실력이었다. 우수한 제품 품질과 정직하고 투명한 거래로 신뢰를 쌓으며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여성기업 인식 개선을 위해 오는 7월에 개최할 ‘제 1회 여성기업주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여성창업이 증가하고 지원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성기업의 현주소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요즘은 뛰어난 여성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여성 기술기반 창업이 무척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기준 기술기반 여성창업기업은 9만 9000개로 전체의 41.4%를 차지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잘 살려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여성창업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다만 여성기업 전체적으로 보면 기업 수로는 전체의 40%를 차지하지만, 매출 비중은 10%에 못 미친다. 우리가 당면한 저출산 고령화 인구문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성 창업과 현재 존재하는 여성기업을 더욱 육성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윤 정부에서 여성기업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여성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그려줄 총괄조직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새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내 여성기업정책실 신설을 적극 추진해주길 바란다. 여성기업정책실은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로서 여성 경제를 이해하고 제도·정책을 설계함으로써 강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펼칠 것이다. 여성창업보육센터 환경 개선, 공공기관의 여성기업제품 의무구매 관리·감독 등의 업무도 여성기업정책실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협회는 지난해 말 윤 당선인에게 전달한 정책제안서에 관련 내용을 1번으로 올렸다.

-여성기업 육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및 지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여성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여성기업의 절반 이상이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장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도 ‘판로 지원’을 꼽았다. 이는 여성기업이 남성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고, 정보를 주고받을 네트워크와 인프라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여성계약법에 따라 공공기관의 여성기업제품 공공구매를 의무화하고 여성기업에 한해 수의계약 한도를 1억원까지 우대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다른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2000만원까지만 인정한다. 공공구매 의무구매비율도 현재 여성기업의 경우 물품·용역에 대해 5%, 공사는 3%로 정하고 있는데 이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 창업기업은 총 구매금액의 8%까지 의무 구매하도록 하는데, 여성기업도 한 10%까지는 올려줘야 할 것이다. 또 여성기업 제품 판매, 네트워킹, 정보교류 등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도 반드시 필요하다.

-협회 차원에서 판로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지원책이 있다면.

△여성경제연구소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여성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에 어떤 디자인을 입혀야 하는지,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올해는 법 개정으로 실태조사를 1년마다 할 수 있게 됐는데, 여성경제연구소에서 단순히 실태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사례를 접목해 여성기업의 성공을 지원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도록 할 것이다. 지역별·업종별로 어떤 방식의 운영방법이 제일 적합할지, 제품의 우수성만 입증된다면 어떻게 스토리텔링해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입히고 마케팅을 지원할 전문조직도 필요한데, 관련 예산을 많이 지원받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 회장은…

△1961년 충남 아산 출생 △한양대 산업경영디자인대학원 석사 △비와이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시흥시 1%복지재단 이사 △월드베스트프랜드 대표 △경기도 노사민정협의회 의원 △제10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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