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리스크도 해소…PF 해빙기 들어섰나

PF ABCP 평균 거래금리 하락세
1분기 만기 33조원 "안심 일러"
쌓이는 미분양도 부실 우려 자극
브릿지론의 본 PF로의 전환 어려운 곳 ''뇌관''
  • 등록 2023-01-20 오전 11:33:11

    수정 2023-01-20 오전 11:33:11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한고비를 넘기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두자릿수 금리에 거래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수두룩했지만 이젠 간혹 한두 건 정도 보이는 수준이다.

다만 PF ABCP 만기가 1분기에 몰려 있는데다 분양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만큼 PF발 불안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라진 PF ABCP 두자릿수 금리…불안 진정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A1’ 등급인 PF ABCP의 평균 거래금리는 이달 첫 주 6.29% 수준이었지만 둘째주에 5.59%로 떨어졌고 셋째주에는 5.17%로 더 낮아졌다.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작년 11월과 12월 평균 거래금리가 각각 7.12%, 7.13%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내려온 것이다.



PF ABCP 시장이 안정세를 찾은 데에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 정책에 더해 ‘레고랜드, 롯데건설, 둔촌주공’이라는 3대 악재가 해소된 영향이 크다.

급격한 자금경색을 불렀던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채무 2050억원을 작년 12월12일 전액 상환하면서 일단 해결됐다. 또 다른 돈맥경화 트리거였던 롯데건설 역시 최근 메리츠증권을 통해 PF 채권을 매각, 1조5000억원을 확보하고 계열사 채무를 상환해 시장 우려를 불식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정당계약률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전에 정부 정책 덕에 차환 위기를 넘겼다. 조합은 지난해 10월 연 12%의 금리에 PF ABCP와 전자단기사채(ABSTB) 방식으로 사업비 7231억원을 조달했다. 17일 정당계약을 마감하면 계약금으로 19일 만기인 PF ABCP를 갚는다는 방침이었기 때문에 계약률이 중요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정비사업자금을 대출보증해주면서 7500억원의 사업비를 국내 시중은행 5곳에서 대출받는데 성공했다. 금리도 7%대로 낮아졌다.

쌓이는 미분양…악성 물량도 늘어

다만 아직 PF 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해소되면서 분양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PF 부실로 이어질 여지도 차단할 수 있는데 분양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데다 서울에서도 입지 좋은 둔촌주공도 정당계약에서 완판을 이루지 못했다. 일반분양 4786가구 중 1400여 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아 분양 계약률이 70%에 살짝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 물론이고 일부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27호다. 작년 같은 달 1만4000호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연말 기준 6만호를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미분양 위험수준으로 설정한 기준선 6만2000호에 육박한 것이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올해 첫 분양에 나선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이 청약률 0.06대1에 그쳤다. 1군 건설사 브랜드인데다 동대구역 인근으로 입지도 나쁘지 않지만 물량 앞에 장사 없었던 셈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11월 말 7110호가 준공했는데도 미분양 상태였는데 이 중 1051호가 수도권에 위치했다. 전년도 말에는 수도권 준공후 미분양이 601호 수준이었지만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1분기 만기 33조원…차환 리스크 부각

이 가운데 PF ABCP 만기가 1분기에 몰려 있어 원활하게 차환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만기도래하는 PF ABCP 규모는 33조원 수준이다. 10조원 수준인 2분기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그러나 차환 여건은 좋지 않다. 고금리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마무리됐다는 분석이 높고 작년 말부터 시장 금리도 어느정도 떨어졌지만, 워낙 급격하게 금리를 올렸던 만큼 금리수준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이 다시 금리인하 기조로 돌아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금통위 직후 연내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PF 사업장 중에 부실한 곳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고금리에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등으로 사업장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는 곳도 수두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성이 우량한 브릿지론 토지는 HUG 보증 PF 등으로 갈아탈 수 있고 서울 지역 우량 브릿지론 토지는 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사업성이 없고 본 PF 자금 모집도 어려운 대부분의 브릿지론 사업장의 상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고 토지가 경매나 공매로 나올 가능성이 높고, 중순위나 후순위는 전액 손실처리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PF를 제공한 금융사 뿐 아니라 기초 담보를 제공한 시행사나 시공사로까지 부실이 확산할 수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가격 하락과 전세 사기 증가 등 부동산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PF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미분양 사례 증가 등 부동산 경기가 더 악화할 경우 금융기관과 건설사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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