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년반 만에 금리 동결한 한은 , 긴장 늦출 때 아니다

  • 등록 2023-02-24 오전 5:00:00

    수정 2023-02-24 오전 7:58:12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1년 반 만에 멈췄다. 한은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3.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동결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시대의 초저금리가 유발한 통화팽창으로 소비자물가가 뛰자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후 지난달까지 총 10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3.5%까지 3%포인트 올렸다. 이중에는 유례가 드문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이 두 차례(22년 5월과 10월)나 포함될 만큼 강도 높은 긴축을 폈다.

한은은 그러나 경기 방어를 위해 더 이상의 긴축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4%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 수출이 16.6%나 감소했다. 이달 1~20일 사이에도 조업일수 기준 일평균 수출액이 14.9%나 줄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43.9%나 줄어 거의 반토막이 났다. 무역적자도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만 186억달러에 이르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와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로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고 1년 후 물가상승률 기댓값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대에서 4%대로 높아졌다. 이달 초 12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연준(Fed)이 ‘긴축 지속’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어제 공개된 2월 FOMC 의사록은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 달에 최소한 0.25%포인트, 많으면 0.5%포인트 인상이 예상되는데 이 경우 미국과의 금리차가 1.5~1.75%포인트까지 확대돼 자본유출과 환율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어제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인상기조가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와 환율, 미국 연준의 동향 등을 점검하면서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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