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실상 마침표 찍은 긴축, 금리 인하에는 신중해야

  • 등록 2023-04-12 오전 5:00:00

    수정 2023-04-12 오전 5:00:00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한은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초저금리 시대에 통화팽창으로 소비자물가가 뛰어오르자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3.5%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고금리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가 급속히 나빠지자 올 2월과 이번 달까지 2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경기 악화에 두 손을 들었다. 분기별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0.4%)까지 추락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역성장 탈출 여부가 불확실하다. 특히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고 무역수지도 13개월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1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액은 258억 6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9억 5900만달러)의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화하면서 경제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으로 금융 불안이 고조되고 있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무리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가와 환율 여건이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한 달 전에 비해 비교적 큰 폭(0.6%포인트)으로 떨어진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4%대에 머물고 있는 데다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유류세 할인폭 축소 등의 악재도 남아 있다. 환율도 2월 중순 이후 두 달 가까이 13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어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올 4분기에 가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 그러나 물가 상황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기대인플레이션(1년 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댓값)이 3.9%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한미간 금리 역전폭이 1.75%포인트까지 확대되는 점도 부담이다. 물가안정 기조가 분명해질 때까지는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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