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속빈 강정 된 간판 기업들...해법 찾기에 지혜 모아야

  • 등록 2023-08-17 오전 5:00:00

    수정 2023-08-17 오전 5:00:00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들이 속빈 강정으로 전락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 500대 기업 중 반기 보고서를 낸 305개사의 2분기 총영업이익은 23조 3400억원으로 전년 동기(52조 3950억원)의 절반을 크게 밑돌았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1분기에도 25조원에 그쳐 전년 동기(50조원)의 반 토막에 불과했다. 간판 기업들의 내실이 계속 쪼그라들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업종별로는 IT·전자(-103%)석유화학·정유(-90%) 해운·운송(-67.4%)의 이익 감소율이 특히 높았다.

위기를 알린 증거는 이 뿐이 아니다. 한 일간지 조사에 따르면 농협을 제외한 자산기준 10대 그룹의 주력 계열사 10곳 중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기업은 현대자동차와 한화솔루션, HD한국조선해양 등 단 3곳에 불과했다. 반도체·가전·정유·석유화학 등 우리 경제를 떠받치며 외화 획득의 선두에 섰던 기업들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95.3%)SK이노베이션(-93.2%)GS칼텍스(-91.0%)의 이익 감소폭에서 알 수 있듯 대표 기업들이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위기 요인은 물론 복합적이다. 반도체 불황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 및 국제 유가 하락 등이 맞물려 돌아가며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볼 수 있다. 석유화학처럼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수요는 줄어든 반면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 이외의 시장을 파고든 자동차·부품과 조선·기계 등이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해도 일부에 의지한 외끌이 성장만으로는 경제 전반의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를 이끌고 나라 살림을 떠받치는 원동력이 기업에서 나온다는 것은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 해도 간판 기업들의 곳간이 비어가고 시장에서 외면받는 사태는 일시적 현상으로 볼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들의 분발이 선행돼야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도 지원책 마련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와 함께 원 팀으로 경제 전쟁에 나선 기업들이 영양실조라면 싸움의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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