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월호 침몰, 안타까운 한국의 뉴스룸

  • 등록 2014-04-23 오전 8:35:28

    수정 2014-04-23 오전 8:35:28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한 의원이 총상을 입었다. 언론은 앞다퉈 특보 체제에 돌입했고,곧 이 의원의 사망 소식으로 이어졌다. 단 한 명의 앵커, 윌 맥어보이는 달랐다. 의사의 확인을 받지 않았다며 사망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취재 결과 이 의원은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수술 중이라는 게 밝혀졌다.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한 장면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에서 윌 맥어보이 같은 앵커는 찾기 어려웠다. 방송사는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를 두고 보도경쟁을 벌였다. 지난 16일 사고 발생 직후부터 편성표 80~90% 비중으로 뉴스특보 체제를 이어갔다.

뉴스는 ‘팩트’ 외에도 소문과 가십으로 넘쳐났다. MBC는 사망자의 보험금을 계산했다. ‘추후 보상 계획’이라는 제목으로 단체여행자보험 가입 약관까지 들췄다. 공영방송 KBS는 “선내 엉켜 있는 시신 다수 확인”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손가락질 받았다. SBS는 가족 없이 홀로 남은 5세 여아의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다. 폭주하는 방송 뉴스는 허언증에 걸린 듯한 홍 모씨가 능력 있는 민간잠수부인양 소개한, 대형 오보를 내놓은 MBN에서 극에 달했다.

‘우리나라 방송 뉴스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 방송 대신 대책위원회의 상황을 끊김없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인터넷 방송을 더 믿는 이들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피해자 가족이 국내 방송사 대신 CNN, BBC,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를 했을 정도다. CNN은 수온에 따른 생존가능성, 48시간 후 수온 변화 등을 예측한 뉴스를 전했다. 바다 건너 외국에서 생존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을 때, 우리 방송은 유가족에게 돌아갈 돈이나 계산해준 셈이다.

200명이 넘는 실종자가 아직 바닷 속 세월호에 갇혀있다. 최우선 돼야 할 가치는 신중함과 정확함이다. 빠른 소식도 중요하지만 확실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뉴스룸’의 윌 맥어보이처럼 진실된 태도로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 목숨이에요. 그건 뉴스가 아니라 의사가 결정하는 거예요.” 앞서 언급한 ‘뉴스룸’ PD의 말이 새삼 가슴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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