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저작권 갈등, 콘텐츠 甲질 개선 선례될까

KBSVS팬엔터, 저작권 협상…VOD 수익 공개 관건
"총대 멘 대형제작사"…흔들리는 지상파 입지
법조계 "계약서 서명 NO 신의 한 수…선례될 가능성"
  • 등록 2020-01-09 오전 8:24:19

    수정 2020-01-09 오전 8:24:19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 (사진=팬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방송 제작업계의 잔다르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저작재산권 분배를 둘러싼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이하 팬엔터)와 방송사 KBS 간 갈등에 대해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이들을 지켜보는 업계 시선이 뜨겁다. 방송사는 그간 콘텐츠 시장에서 ‘갑(甲)’으로 통해왔다. 연간 평균 제작되는 방송사 드라마 110여편, 그 중 90%를 외주제작사가 제작하는 현실에도 작품의 영광과 저작권 수익은 방송사가 가져가는 경우가 관행처럼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팬엔터는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팬엔터는 콘텐츠 저작권을 방송사와 제작사의 기여도에 따라 배분하는 방송 표준계약서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KBS는 총 제작비의 10% 내외를 추가지급하기로 한 계약조건을 제작사가 일방적으로 합의 번복을 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피력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가 인식하지만 방송사와 관계가 틀어질까 토로할 수 없었던 콘텐츠 저작권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고자 대형 제작사인 팬엔터가 총대를 멘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방송을 볼 채널과 플랫폼이 늘어나고 콘텐츠의 힘이 강해지면서 흔들리고 있는 지상파의 지위를 대변하는 사례란 시각도 적지 않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소송으로 번진다면 방송사와 제작사 간 불공정한 제작 및 계약 관행을 개선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선례를 남길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업계 법적 갈등 최초…VOD 수익 공개 관건

팬엔터 측은 “20회 방송 동안 들어간 제작비 110억원을 전액 제작사가 부담했고 이를 모두 스태프와 연기자 임금 등으로 충당했다”며 “제작사의 저작권 수익을 정산하기 위한 후속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공정한 수익 배분을 위한 수익 내역 공개를 요구했지만 KBS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팬엔터는 저작권 협상을 위한 자료 공개를 요구하며 세 차례 내용 증명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이에 대해 “계약 내용에 관한 성실한 상호 협의를 통해 합의가 이뤄졌는데 제작사가 이를 번복하며 벌어진 일”이라며 “협상은 진행 중이며 제작 계약의 조속한 체결을 희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팬엔터는 KBS에 VOD 수익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가진 구성, 배우 캐스팅 등 전 과정에 직접 개입해 일군 콘텐츠인데다 시청 패턴이 TV 본방송 대신 VOD 다시보기를 택하는 형태로 변화한 만큼 수익 배분에도 이 같은 점들이 반영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방송 관계자들은 팬엔터와 KBS 간 저작권 갈등이 ‘동백꽃 필 무렵’ 한 작품만의 분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작사 A사 측은 “많은 방송사들이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외주사들과 협업을 하는데도 편성권 등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저작권을 독점하거나 우위를 선점하려고 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히트작을 쏟아낸 대형사인 팬엔터니까 가능했지 소규모 제작사는 문제 제기를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공들여 기획 단계부터 준비한 건 제작사인데 제작비를 더 댄다는 이유로 방송사가 주인이 된다”며 “제작사의 수입원은 방송사에서 나오는 제작비, 협찬 PPL(간접광고), 해외판권료, 아직 제작사가 받아본 적 없는 VOD 수익 정도인데 방송사는 VOD 상품의 경우 회사별로 여러 가지 구성된데다 이를 드라마 건별로 정산하기 어려운 점을 들며 공개하기 꺼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는 “팬엔터의 이같은 움직임은 방송을 볼 채널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라며 “더 이상 지상파의 지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보여준다”고 전했다. 다만 “KBS만 타깃이 되어선 안되고 모든 방송업계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라며 “소송으로 불거진다면 최초가 될텐데 이번 일이 실질적인 제작 계약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배우 공효진. (사진=팬엔터테인먼트)
“계약 서명 NO…소송 승산 있다”

저작권 전문 변호사들은 소송이 이뤄진다면 법원이 제작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팬엔터가 KBS와 드라마 저작재산권 분배를 위한 후속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KBS가 내건 ‘총 제작비+10% 내외 추가지급’ 조건이 자신들의 기여도를 생각했을 때 적합한 분배 조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추후협의를 요구하며 서명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김종휘 민변 변호사는 “KBS가 방송 표준계약서 지침을 따르지 않았더라도 양사 간 계약서에 이미 서명이 된 거라면 제작사가 상당히 불리했을 것”이라며 “핵심은 제작사가 해당 계약서에 최종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법원이 방송사의 수익 비공개 취지와 표준 계약서를 따르지 않은 계약 조건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영 변호사는 “외주제작사와 방송사가 불공정 계약으로 갈등을 빚은 게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제작사가 계약서에 서명을 완료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 적지 않다”며 “이번 건이 소송으로 간다면 업계에 충분히 의미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아 최종회 시청률 23.8%까지 기록한 2019년 하반기 최고 히트작이다. 지난해 말 열린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 주인공 공효진의 대상을 비롯해 12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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