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내 아버지의 얘기,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 등록 2014-12-04 오전 8:00:35

    수정 2014-12-04 오전 8:00:35

영화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기억은 10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한 여자의 남편이었던 그는 2004년 아빠가 된다. 첫째 아들을 품에 안았을 때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난다. 사무치게 그리운 아버지. 그는 평생 ‘고맙습니다’란 말 한 마디를 해주지 못했다.

‘국제시장’은 윤제균 감독이 하늘에 있는 아버지를 위해 만든 영화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그 역시 아들들로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 못 듣는 아버지다. 그래서인지 ‘국제시장’은 윤 감독의 마음을 더욱 아련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내가 그랬듯, 우리 모두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국제시장’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사(私)적인 영화인 셈이다.

“모든 아버지가 그렇지 않나. 평생 당신의 인생 없이 가족을 위해 몸을 던지는 분이다. 1950년대 그 시절, 현대사를 공유하는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다. 그들에게 ‘고생하셨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건네기 위한 영화다. 정말 잘 만들고 싶었다.”

‘국제시장’은 배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등이 주연했다. 1950년대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청년에서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늙어간 덕수(황정민 분)를 중심으로 반(半) 백 년 넘는 소소한 역사가 담겼다.

“‘국제시장’은 개인적인 가족사에서 출발했다. 자기의 꿈, 인생은 없이 평생을 가족에게 바친 불쌍한 내 아버지를 위한 영화다. 그 시대를 녹여내는 과정이 ‘역사 미화’처럼 비쳤다면 ‘국제시장’의 의도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바라건대 ‘국제시장’을 역사적인 시선, 사회 비판적인 시선, 정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제시장’엔 소박한 시선이 필요하다.”

윤 감독은 ‘국제시장’을 허투루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같은 시대 사람은 물론 현재를 사는 부모 세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 긴장해서 만들었다. 50대의 황정민을 청년으로, 할아버지로 만든 특수 효과 외엔 이렇다 할 컴퓨터 그래픽(CG)이 사용되지 않았을 것 같지만 ‘국제시장’은 부산 앞바다의 거대한 쓰나미를 재현한 전작 ‘해운대’보다도 섬세한 CG가 요구됐다.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은 있고, 그 시대를 재현할 공간은 없었다. 그들을 절대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았다. 지진해일이 나오는 영화 ‘해운대’보다 CG가 많다. ‘국제시장’은 CG로 만든 장면이 1000커트가 넘었다. 고증을 통해 세세한 부분까지 살려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유성희 미술감독과 함께 온갖 소품과 촬영 세트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돌아보면 참 치열한 작업이었다.”

‘국제시장’은 최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1번가의 기적’, ‘퀵’, ‘댄싱퀸’, ‘내 깡패 같은 애인’, ‘7광구’, ‘스파이’ 등 연출과 제작에 있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 그가 감독으로서 다시 인정받은 간절함이 우러나오는 시사회 현장이었다. 영화 ‘해운대’ 이후 5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그가 ‘2연타 홈런’을 날릴 것이란 반응도 나오고 있다.

“흥행은 하늘만 알고 있더라. ‘국제시장’은 스코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싶은 작품이다. 다만 규모와 달리 평단의 엇갈린 목소리를 들었던 ‘해운대’와 달랐으면 좋겠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이 영화를 보라. 그리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라.”

‘국제시장’은 오는 17일 개봉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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