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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한(32) 퇴사학교 교장은 국내 최초 ‘퇴사 준비 업체’를 운영 중인 청년 기업가다. 수강생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장 교장이 정작 예비 고객의 퇴사를 만류하는 이유는 냉혹한 현실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퇴사를 하면 저와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며 “한 번 더 자신을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는 차원에서 말한다”고 답했다.
근래 들어 창업 열풍이 거세다. 주변에서도 쉽게 각종 창업 기관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제조 혹은 정보기술(IT)업을 주된 창업 아이템으로 삼고 커리큘럼 역시 이 위주로 준비돼 있다. 하지만 퇴사학교는 자신을 돌아보는 데 초점을 둔다. 이곳은 제조업보다는 지식 콘텐츠를 이용한 1인 기업화가 주목적 중 하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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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업체 취업을 바랐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는 삼성전자(005930)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다. 근무 기간 중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곧 그는 조직생활의 회의를 느꼈다. 장 교장은 “회사 생활서 성공하려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데 저랑은 맞지 않는 옷이라 느꼈다”며 “더군다나 10년, 20년 앞이 보이니까 더욱 고민에 빠졌다”고 돌이켰다.
4년간의 짧은 직장생활을 마치고 그는 무작정 퇴사를 감행했다. 일단은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한 블로그(브런치)에 ‘퇴사추억’이라는 연재를 실었다. 그의 이야기는 구독자 톱 5안에 들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돈이 되는 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제로 진행을 해봤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장 교장은 “핵심 역량을 생각지 않고 업을 고민했었다”며 “‘글’, ‘퇴사’, ‘직장인’을 잘 알고 교육에 자신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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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모든 걸 혼자 할 수는 없었다. 전문가 집단이 필요해 창업교육 스타트업인 ‘언더독스’로 사무실도 이전했다. 그렇게 지난 5월 퇴사학교는 출범했다. 초반에는 홍보자료도 뿌렸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우연히 페이스북을 개설하고 관련 내용을 담았는데 1주일 만에 좋아요 1만명을 달성했다. 이때부터 언론에 관심을 받게 되고 신문·방송 가릴 것 없이 퇴사학교가 알려졌다.
퇴사학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장 교장은 “사업 관점에서 볼 때 교육업이라는 게 쉽지 않다”고 운을 뗐다. 가장 큰 비용 지출인 ‘대관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초반엔 강좌당 5만원인 단과 위주로 운영했지만 최근에는 40만원짜리 종합반을 개설해 수강생 만족과 수익 모두를 노리는 중이다. 현재 월 수강생(강좌 기준)은 200~300명 정도. 이곳을 수료했다고 당장 창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1단계 자아탐색, 2단계 글쓰기·말하기 이후 창업·창작·창직을 준비하게 된다”며 “리스크가 높은 기존 창업 아이템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이용한 ‘지식창업’이 가능토록 하는 게 목표다”고 설명했다.
장 교장은 “창업은 정직하게 직면해야 한다”며 “주입식·과외식 창업 교육은 ‘사짜’”라고 비판했다. 창업 후 반 년간 창업학교 매출액은 1~2억원 수준. 그는 “앞으로 온라인 콘텐츠로 비즈니스 모델을 키워 3년 후 매출액 100억원을 기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