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귀화 1호’ 원유민 “태극기가 눈에 아른거려서요”

  • 등록 2018-01-04 오전 6:00:00

    수정 2018-01-04 오전 6:00:00

원유민이 3일 서울 청담동의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박태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올림픽 메달보다 태극마크가 더 끌렸습니다.”

한국 장애인 스포츠 1호 귀화선수 원유민(29)은 12살 때 이민 간 캐나다에서 소위 ‘잘 나가는’ 장애인 농구 선수였다. 그는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 캐나다 장애인 농구대표팀의 주전 선수로 자신의 첫 패럴림픽 메달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준비하며 노르딕스키 선수를 찾던 대한장애인체육회의 ‘러브콜’을 받았다. 지금 그의 손에는 농구공 대신 스키 폴대가 쥐어져 있다.

3일 서울 청담동의 한 피트니스 클럽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원유민은 “귀화 제안을 받았을 때 오래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라며 “당연히 농구 선수로 패럴림픽 메달을 목에 걸 가능성이 높았지만 태극기를 가슴에 다는 것이 더 끌렸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아쉬움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농구에서 정점을 찍은 게 아니니까”라며 “캐나다 장애인 농구대표팀이 세대교체에 성공했고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 유력한 메달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메달을 딸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원유민은 처음 ‘설상 위 마라톤’으로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귀화했다. 연습 중 사격에 소질을 보였고 현재는 크로스컨트리에 사격을 접목한 바이애슬론에 집중하고 있다. 만능 스포츠맨답게 그는 폴대를 잡자마자 두각을 나타냈고 지난 2월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4km에서 2개의 은메달을 따냈다. 지난달 참가한 2017 캔모어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 바이애슬론 15km 남자 좌식부문에선 40여 명의 참가 선수 중 14위를 기록하며 시작한 지 1년 만에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원유민은 “막상 시작해보니 농구와 쓰는 근육이 너무 달랐다. 농구가 폭발적인 힘을 요구한다면 바이애슬론은 지구력 싸움이다. 처음엔 정말 심장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심장을 부여잡고 언덕 정상에 오른 뒤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갈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며 “올라갈 땐 ‘내가 왜 이걸 시작했지’라는 생각을 하고 내려갈 땐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반복한다”고 껄껄 웃었다.

원유민은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순위를 끌어올리고 2022년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당면한 목표다. 화약 총을 쓰는 바이애슬론과 달리 장애인 종목에선 공기총을 쓴다. 바람의 영향이 큰 만큼 총이 몸에 익어야 한다. 또 사고로 새끼손가락을 잃은 오른손으로 격발을 하는 것에 적응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때문에 하루라도 더 빨리 세계 정상급에 도달하고 싶은 그는 행여나 카페인에 손이 떨릴까 봐 좋아하는 커피도 끊고 평창만 바라보고 있다.

원유민은 “스포츠팬들이 장애인 종목은 크게 관심 두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현장에와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보면 아마 놀라실 것”이라며 “이번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이어지는 패럴림픽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원유민이 3일 서울 청담동의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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