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사용자' 뒤에 숨은 네이버의 궁색함

  • 등록 2019-02-20 오전 12:20:00

    수정 2019-02-20 오전 12:20:00

[이데일리 이성재 디지털미디어센터장] 언제까지 사용자 핑계만 댈 수 있을까. 요즘 네이버의 미디어정책을 보면 조급함을 넘어 불안함까지 보인다. 수시로 바뀌는 정책에서는 이렇다 할 기준과 색깔은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얼마 전 내놓은 ‘튜얼앱’과 ‘유튜브 영상 제한’은 이러한 네이버의 불안정한 상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기발한 편의성과 아이디어는 찾아볼 수도 없어, 그동안 지식iN, 라인 등 혁신적인 산물을 내놓은 그 네이버라 하기 어려울 정도다. 오죽하면 ‘네이버가 계속 악수를 두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네이버를 퇴사한 한 직원은 “구버전을 이용하는 사용자를 신버전(베타서비스)으로 유도하려는 전략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결국 새롭게 내놓은 듀얼앱이 신버전의 불편함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신하다’는 반응보다 ‘불편해서 다시 돌아가겠다’는 반응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문제를 대하는 자세도 문제다.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해 보이는 것이다. 새 버전을 쓰다가 불편하면 언제든지 옛 버전으로 돌아갈 수 있게 최대한 배려했다는 듀얼앱의 취지는 결국 사용자 뒤에 숨어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잔꾀란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지난해 10월 배타서비스를 처음 선보이면서 네이버는 연내 모바일 개편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를 넘기도록 네이버가 내놓은 것은 사용자를 담보로 잡은 튜얼앱이 고작이다. 정작 모바일 개편은 올 하반기에나 가능해 보인다. 이쯤 되면 솔직하게 인정할 만도 하다. 사용자의 편의를 생각하지 못한 개편이었다고.

네이버 뉴스에서 유튜브 영상을 제한한 것도 과연 사용자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네이버는 지난달 말 각 언론사에 안내문을 보내 “최근 유튜브 서비스의 장애가 발생했고 본문 내 타서비스 임베디드(영상첨부)가 있는 경우에 네이버의 장애로 인식하면서 사용자 불편사항이 다수 접수됐다”며 “네이버 사용자의 편의성을 도모하고, 뉴스 서비스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득이 외부 서비스 임베디드는 제한한다”고 알렸다.

긴 설명과 공지를 요약하자면, 언론사가 기사를 송출할 때 첨부한 동영상을 유튜브로 사용하지 말고 네이버TV 링크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유튜브로 몰리는 동영상을 네이버로 빼겠다는 술수인 것이다. 이해는 한다. 내 앞마당에 다른 놈이 노는 꼴을 더는 못 보겠다는 심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용자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란 핑계는 납득이 되질 않는다.

네이버가 유튜브와 대적해 사용자를 다시 네이버로 유도하려면 최소한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1인미디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튜브보다 더 나은 수익성을 보장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태는 어떠한가. 사용자가 배려를 느낄 만한 어떤 대목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한 예로 네이버TV 동영상을 보려면 15초나 되는 광고를 봐야 한다. 유튜브와는 10초나 차이가 난다.

혁신기업이란 옛 명성만 좇는다면 네이버에는 미래가 없다. 사용자를 핑계 삼아 수시로 뒤바꾸는 미디어정책이 아닌 혁신기업에 걸맞은 대안과 내용을 보여야 한다. 사용자의 마음은 갈대다.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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