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 꿈꾸다"…'朴정권 정책브레인' 안종범

정권 유불리 따른 무분별한 정책, 결국 국가·국민에 피해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자금 조달…사전·사후 평가 확실히
3월 중순 두 번째 회고록 출간…朴정부 정책 설계 등 공개
  • 등록 2022-03-07 오전 5:30:00

    수정 2022-03-07 오전 5:30:00

사진=안종범 전 수석 측 제공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를 만들어 우리나라의 정책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일조하려고 합니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791일간 복역한 후 작년 9월 말 자유의 몸이 된 안종범(사진)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국가 정책을 평가하는 가칭 ‘정책평가연구원’을 만들기로 했다. 경제학자로서 과거 국정에 몸담았던 경험을 살려 정권의 유불리에 의해 좋은 정책이 사장되거나, 나쁜 정책인데도 계속 이어지는 폐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17일 출간한 자신의 첫 번째 회고록 ‘안종범 수첩: 박근혜 정부의 비망록’(조선뉴스프레스 발행)에서 “한류 문화와 접목시킨 박근혜 정부의 경제 모델은 여전히 옳다고 생각한다. 창조경제라는 명칭은 버리더라도 문화를 산업에 융합시키는 경제 패러다임은 우리 경제가 세계 최고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논란의 수첩 63건…99%는 정책으로 꽉 찼다

안 전 수석은 199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을 도우며 정계에 첫발을 디뎠고, 이후 보수정당 후보에 정책을 조언하는 소위 경제교사 역할을 도맡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진 청와대 경제수석·정책조정수석을 잇달아 역임하며 박근혜 정부의 국방·외교·안보를 제외한 모든 정책을 총괄했다.

그렇다고 현실정치에 참여하겠다는 건 아니다. 오직 사전·사후 평가 없이 나오는 정책에 따른 정책남발·포퓰리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 전가되는 상황을 막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게 안 전 수석의 각오다. 연구원 운영도 정책평가 청원 등을 통한 후원금이나 크라우드 펀딩·엔젤투자 등으로 이뤄진다. 정책평가연구원 설립은 안 전 수석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안 전 수석은 정권의 입맛에 맛는 국책연구기관의 폐해를 끊고 미국 3대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해리티지재단·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같은 민간 연구기관이 한국에도 나와야 한다고 수차례 역설해왔다.

안 전 수석이 이달 중순 정책에 특화한 두 번째 회고록을 내기로 한 점도 같은 이유에서다. 첫 회고록에 2012년 대선부터 국정농단 사건의 전개, 1791일간의 수감 생활 등이 소상히 담겼다면, 두 번째 회고록엔 본인이 직접 설계했던 정책에 대한 소신 및 소회가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의 한 측근은 “국정농단 사건에 묻혔지만, 사실 논란이 됐던 안 전 수석 수첩 63권의 내용 중 99%는 정책과 관련된 것이었다”며 “기초연금,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실현하는 과정 등이 상세하게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수석은 수감 기간 내내 오직 ‘읽고 쓰기’에만 매진했다고 한다. 수감 초기에는 추리소설을 비롯해 손에 잡히는 책이란 책은 죄다 읽었다. 특히 네덜란드 역사가 프랑크 디키터가 모택동 시대 중국의 대학살에 관한 3부작인 ‘해방의 비극’ ‘마오의 대기근’ ‘문화 대혁명’과 조선왕조실록 등은 당시 처한 상황에서 큰 위안이 됐다고 한다.

사진=안종범 전 수석 측 제공
최순실과 공모 억울…알고는 섬뜩함마저 느껴

안 전 수석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및 운영 과정에서 국정 개입 당사자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공모했다는 일각의 의혹 등이 가장 억울했다고 한다. 그는 첫 회고록에서 “재단의 모든 인사가 최순실이 면접해서 채용되었거나 적어도 아는 사이였다는 걸 알고는 ‘내가 참 바보였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섬뜩할 정도로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며 “조사 과정에서 재단 이외의 사항에도 최순실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런 두려움은 더욱 커져갔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비선 실세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도록 끝까지 설득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설득이 성공했더라면) 국민에게 받을 비난은 약해졌거나 아니면 더뎌졌을 것”이라고 썼다. 안 전 수석은 대선을 전후해 회고록을 잇달아 출간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확고히 선을 그었다. 안 전 수석은 “수감 시절 4년 내내 원고를 준비했다”며 “엄청난 역사의 기록인 만큼 작년 9월 말 출소 후 최대한 빨리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수석은…△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조정부장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회 위원장 △학국재정학회 회장 △제19대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디올 그 자체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