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수신금 수백억씩 증발’...자금줄 마르는 2금융사

1금융과 금리경쟁 밀리면서 수신금 빠져나가
채권발행도 어려워지면서 대출회수 조짐까지
  • 등록 2022-10-18 오전 5:30:00

    수정 2022-10-18 오전 5:30:00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지난 13일 수도권의 한 저축은행 지점에서는 한꺼번에 수십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자산가들이 금리차익을 얻기 위해 파킹통장과 예금에 넣어둔 돈이었는데, 전날 기준금리가 3.0%까지 오르자,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4%대 후반까지 끌어 올리면서 사단이 났다. 저축은행 예금창구에서는 돈을 빼 가는 자산가들을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기도 했지만, 금융위기가 오면 저축은행보다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자산가들을 말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저축은행 모든 지점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100억원 가량의 수신 자금이 증발했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사진=연합뉴스)
제2금융권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 수신기능이 있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는 예ㆍ적금이 해지되며 줄줄이 돈이 빠져나가고 있고,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나 캐피탈은 채권발행금리가 6%대를 육박하는 등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2금융사는 추가로 대출을 내주기도 어려워지며 대출회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달 말 수신잔액은 36조4331억원이 불어난 2245조35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정기예금에는 한달만에 26조2749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반면 저축은행은 수신금 증가폭이 줄고 있다. 저축은행의 8월말 수신잔액은 117조5000억원으로 직전달(117조1964억원)과 비교해 약 3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7월과 8월 사이 4조5499억원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상호금융의 경우 7월 수신 잔액이 442조7481억원으로 직전달대비 1조5173억원이 감소했다.

부동산이나 주식투자금뿐만이 아니라 2금융권에 있던 자금까지도 시중은행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어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2금융권 중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은 수신 기능이 있지만, 법정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줄어든데다, 조달(수신)금리는 높아지면서 마진율이 급격히 줄어 수신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를 비교해보면 은행의 정기예금이 3.36%인데 반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이 3.68%, 신협 정기예탁금이 3.4%, 새마을금고 정기예탁금이 3.49%로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은행이 1.16%, 저축은행이 2.37%로 1.21%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던 것과는 눈에 띄게 금리차가 줄었다.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과 카드사들도 자금조달로 애로를 겪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이들은 주로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을 해준다. 하지만 채권금리(조달금리)는 최근 5%를 넘어선 반면 대출금리는 법정이자 제한 등으로 높이지 못하게 되면서 이자마진율이 줄었다. 13일 기준 3년만기 여전채 AA+ 금리는 5.626%, AA0가 5.708%를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올랐다.

마진율이 떨어지자 일부 캐피탈사는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회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가 도래한 대출건에 대해 CEO 연대보증이나, 추가 담보물건 등을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부도나 위험 조짐이 있는 물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물건 등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상한은 막혀 있는데, 조달금리만 오르다 보니 2금융권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저축은행에서 중금리 대출보단 16~20%의 고금리대출 비중을 더 늘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