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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선수와 캐디는 바늘과 실에 비유된다. 선수의 옆엔 늘 캐디가 그림자처럼 붙어 있다. 캐디는 코스 안에서 선수에게 유일하게 조언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선수가 의존할 수 있는 건 캐디 뿐이다. 결정적인 승부 혹은 위기에서 캐디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선수의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긴장할 때 정확한 판단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우승한 선수들이 캐디와 가장 먼저 감격을 함께 나누는 이유다.
8일 끝난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NS 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고석완(캐나다)은 우승 후 캐디를 끌어안고 함께 기뻐했다. 그는 “캐디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그날 고석완의 옆을 지켰던 캐디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프로로 활동했던 여채현(26)이다. 프로골퍼 출신이라는 경력 덕분에 여채현 씨도 함께 주목받았다.
둘이 처음 만난 건 한 달 전이다. 6월 열린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때부터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여 씨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다른 것을 찾아보려고 하던 중에 고석완을 만났다”면서 “처음부터 느낌이 좋았고 잘 맞을 거 같아서 캐디를 하기로 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여 씨는 모든 공을 고석완에게 돌렸다. 그는 “캐디로서의 역할을 한 것 밖에 없다”며 “고석완이 잘 쳤기 때문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관심을 선수에게 돌렸다.
또 한 번의 우승 순간을 함께 경험한 여 씨는 2018년 남은 일정에 대한 계획을 굳혔다. 여 씨는 “일단 2018 시즌 마지막까지는 고석완과 함께 할 생각이다”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신인상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돕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캐디는 고된 일이다. 20kg이 훌쩍 넘는 골프백을 메고 7~8km의 코스를 걸어야 한다. 날씨가 더워지고 비라도 내리면 몇 배의 힘이 든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만족해 하고 있다. 여 씨는 “가벼운 가방을 들면 조금 편해질 수도 있지만, 하다보니 힘들지 않다”며 “체력 관리를 잘해서 남은 시즌에도 잘 할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