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한기평이 유효등급을 보유한 국내 증권사들의 총 브릿지론 규모는 6조8000억원, 중후순위 익스포저는 12조2000억원에 달한다.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익스포저 모두 리스크가 높은 딜이다. 브릿지론은 본격적인 개발사업 전에 토지매입 등 준비작업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대출이다. 본PF로 전환되지 못할 경우 부실화 위험이 높아진다. 중후순위 익스포저의 경우 디폴트(채무 불이행) 발생 시 손실 가능성이 높다. 변제 우선순위가 선순위 대출에 밀리기 때문이다.
PF대출을 유동화한 자산유동화증권(ABCP) 만기가 계속 도래하는 점도 문제다. 단기자금시장 투자심리가 여전히 차디찬 가운데 차환 발행이 녹록지 않은 상황. PF 부실화 시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보유 자금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유동성 리스크를 정통으로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기평은 “PF부실 위험은 증권사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PF 리스크 우려는 대형사 중소형 증권사가 제일 크게 받고 있다. 통상 중소형 증권사가 리스크가 높은 중후순위 대출을 많이 끌어온 상태여서다. 대형사 대비 자본완충력이 약해 PF 대출 부실화 시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에서도 중소형 증권사의 도산 위험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중소형사 중에서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곳도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21일 SK증권(001510)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기타파생결합사채(DLB) 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후순위사채 신용등급(A-)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신평은 더딘 영업 성장과 수익성 저하 속에 중·후순위 부동산 금융 등으로 인한 재무부담 문제를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했다. 고정비용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이익구조가 취약해졌다는 평가다. SK증권의 영업순수익커버리지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평균 113.6%를 기록, 여타 증권사 대비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순수익커버리지는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는 104.7%로 낮아진 상태다. 영업순수익을 지탱해오던 투자중개 부문에서도 시장점유율이 하락세다. 지난 2018년에는 2%대였던 투자중개부문 시장점유율이 지난 9월 말에는 1.4%대로 내려앉았다.
부동산금융 관련 자산건전성 부담도 신용등급 강등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SK증권은 총 3875억원의 우발부채(채무보증)를 보유하고 있다. 전액이 신용공여성약정으로 구성된 상태로, 자기자본 대비 62% 수준이다. 문제는 채무보증을 선 대출들이 질적 위험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어 “향후 시장 지위 변동과 이익 창출능력, 보유자산 손실 가능성 및 재무안정성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