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허준호 "도망가려다 김한민 감독에 홀려…쇠질·벌크업까지"[인터뷰]①

  • 등록 2023-12-21 오전 9:06:16

    수정 2023-12-21 오전 9:06:16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노량’ 배우 허준호가 명나라의 장수 등자룡을 연기하기 위해 고대 중국어 대사를 연습하고, 체격을 벌크업한 과정을 털어놨다.

허준호는 지난 20일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 개봉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0일 개봉한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을 거쳐 10년 만에 완성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허준호는 영화가 개봉한 소감을 묻자 “이 시리즈에 들어간 배우로서 참 영광스러웠다”면서도,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관객으로서 실화를 재밌게는 보지만, 내가 (출연) 하는 건 조금 도망다니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다. 여러 실화 이야기에 출연했지만 할 때마다 부담은 엄청났다. 내가 표현하는 인물은 물론, 그분의 가족, 주변 지인분들까지 아플 수 있기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순신 3부작의 첫 작품인 ‘명량’은 2014년 개봉 당시 1700만 관객들을 ‘국뽕’ 열기에 빠뜨리며 약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개봉한 박해일 주연의 ‘한산: 용의 출현’도 팬데믹을 뚫고 726만 관객을 집결시켰다. 두 작품 연속 좋은 평가를 받으며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만큼, 유종의 미를 장식할 ‘노량’에 쏠린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주인공 이순신 역의 김윤석을 필두로,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박훈, 이무생, 이규형, 안보현 등 연기력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세대별 명품 배우들이 총출동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도 한몫한다.

허준호는 명나라의 부총병으로 당대 위대한 장수였던 ‘등자룡’ 역할을 맡아 첫 고대 중국어 연기에 도전했다. 등자룡은 자신보다 어린 상사인 도독 ‘진린’(정재영 분)을 모시지만, 연륜과 지혜,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춘 장군으로 당시 명나라 백성들에게 큰 존경을 받은 인물이다. 진린조차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며, 진린과 마찬가지로 조명연합체로서 7년 전쟁을 함께한 조선의 장군 이순신을 마음 깊이 친애하며 존경하는 캐릭터다. 진린이 조선을 빠져나가려는 왜군을 보내주고 이 전쟁을 그만하자고 이순신 장군을 종용할 때도, 등자룡은 상사 진린의 명령을 거부하면서까지 이순신의 전투를 지원사격한다.

허준호는 “역사를 잘 모르는데 대본을 보고서 (이 인물을) 알게 됐다”며 “사실 이 작품을 처음에 시작할 땐 중국어를 해야 해서 도망갈 구멍을 보며 김한민 감독을 만났다. 그가 앉은 자리에서 두시간 반 만에 날 홀려놨다”고 출연 계기를 털어놨다. 그는 “이순신 장군님과 관련해선 분 초 단위까지 이야기하며 전쟁을 다 꿰고 있더라.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싶었다”며 “등자룡과 관련한 자료는 처음에 몇 개 찾아보다 그냥 덮었다. 당시 명나라 사람들에게도 그가 굉장한 인물이었더라. 자료에 의지해 내 개인적으로 평가를 내릴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역사적, 사실적인 고증 면은 연출부와 기획팀에 맡긴 채 대본으로 바로 들어갔다”고 캐릭터에 몰입한 과정을 전했다. 이어 “나로선 이 사람이 왜 이순신을 도와줬을까 그 마음이 우선이었다. 왜 이 사람들이 관계가 있었을까, 뭘까. 그러기엔 자료가 너무 부족했다”면서도, “목숨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를 도와준 건 거의 이 사람을 혈연과 다를 바 없이 느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역사적으로 다루기 힘든 분들이니 그렇게 일단 상상했다”고도 덧붙였다.

고대 중국어 연기에 도전하는 건 베테랑 배우인 그에게도 어려운 과제였다. 허준호는 “외우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냥 외웠다”며 “한 번이라도 호흡을 생각하면 안됐다. 생각하면서 이야기하는 수준이 아니고, 툭 치면 쭉 나와야 하는 말이었다. 그 정도가 가능하게끔 외웠다. 뉘앙스나 음율이나 띄어쓰기, 숨표 같은 건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분들이 내 중국어 연기를 보시고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다”며 “아무리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해도 그들이 보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우리끼린 틀려도 모르고 넘어가지만, 본토 분들은 바로 아시지 않나. 하지만 틀려도 조용히 넘어가주셨으면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갑옷을 입고도 액션을 무리 없이 수행하기 위해 꾸준한 운동으로 체격을 만들었다고도 전했다. 허준호는 “그런 경험을 많이 해봤는데도 갑옷을 입고 안 움직여지니 힘들더라”며 “웬만한 팔 힘으론 안되어서 계속 헬스를 다니며 쇠질했다. 벌크업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차기작 ‘광장’ 때문에 ‘노량’ 때와 비교해 20kg 정도 살을 뺀 상태”라고 덧붙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허준호는 ‘노량’을 비롯해 올 한 해 드라마,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와 관객들을 만났다.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2’,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으며, 추석에 개봉한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에도 출연해 연휴 내내 극장 무대인사를 바삐 누볐다. 내년 역시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 등 다양한 작품들로 대중을 만날 준비 중이다.

허준호는 “한동안 배우를 할 생각이 없던 때가 있었다. 배우 생활을 완전히 접고 다른 생활을 하던 중 신앙을 만나 마음이 바뀌었다”며 “하느님을 만나며 많은 걸 느끼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게 배우를 다시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렇게 다시 기회가 다가올 줄 몰랐다. 그래서인지 나를 찾아준다는 사실들 만으로 너무 감사하다. 생각지도 못한 사랑을 계속 받고 있는 듯하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불과 1, 2년 전만 해도 극장에 가면 보이는 게 빨갛고 파란 좌석 색깔밖에 없었다”며 “‘천박사’ 때까지만 해도 극장에 사람이 없어서 객석이 채워지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오죽하면 무대인사하러 극장에 가면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게 맞나’ 싶어서 극장 건물의 쇼핑몰들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서울의 봄’이 잘되며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아주시니 그야말로 ‘땡큐 썰’(Thank You Sir)인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번에 ‘노량’으로 개봉 전 부산, 여수 무대인사를 다녀왔는데 아기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가득 채운 객석을 참 오랜만에 봤다. ‘노량’은 전 연령대가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라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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