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유가` 자산시장 단기랠리 막바지?

"펀더멘털 개선덕" vs "유동성 과잉의 산물"
"단기 버블 싸이클의 정점을 향해 간다" 우려도
  • 등록 2009-10-22 오전 6:13:32

    수정 2009-10-22 오전 8:19:54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슬금슬금 오르던 국제 유가가 어느새 배럴당 81달러를 넘어섰다. 올 저점 대비로는 2배가 넘는 상승세다.

주식시장과 동반 상승세를 타다 최근 들어 상승 속도를 더하고 있는 유가 흐름은 무엇을 의미할까. 향후 경기회복세가 한층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신호일까. 아니면 금융쇼크의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타던 자산시장의 단기 싸이클이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는 신호일까.

◇ 유가와 펀더멘털

수급측면에서 최근의 유가 흐름을 살피는 사람들은 유가 오름세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달러 약세가 원유 상승세에 기름을 붓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글로벌 펀더멘털의 개선에 기인한 오름세라고 보고 있다.

실제 미국의 2분기 GDP성장률은 마이너스 0.7%를 기록하며 전분기 마이너스 6.8%에 비해 감소폭이 크게 줄었고, 산업생산도 전월비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분기 6.1%로 둔화된 이후 2분기 7.9%로 확대됐고 3분기는 9%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의 양대축이 지표상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회사 `페이즈 사로펌&Co`의 투자 책임자 제프 자코브 이사도 이 같은 분석에 동조한다. 그는 "회복세를 타고 있는 글로벌 경제, 이머징 국가 특히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는 유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세에 기반한 최근의 유가 오름세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 과연 그런가..만만치 않은 회의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회의론자들은 `과연 지금의 유가 오름세를 정당화할 만큼 경기 펀더멘털은 탄탄한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주요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경기후퇴가 진정되고 있지만 민간 수요와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사정만 놓고 보면 지난달 소매판매는 정부의 `중고차현금보상`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전월비 1.5% 감소하며 다시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3분기 실적을 내놨던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실적에서 확인했듯 가계대출 부문의 부실은 여전하다. 기업들도 신규 설비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감원을 통한 비용절감에 여념이 없다. 고용사정은 10%에 육박한 실업률이 말해주듯 바닥을 기고 있다.

풀어놨던 정부 재정은 멀지 않은 시점에 이자가 더해져 청구될 것이고 과연 그 때까지 민간 부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같은 이유로 회의론자들은 "지금의 유가 오름세는 경기회복의 청신호라기 보다는 민간 경제를 위축시킬 악재"라고 주장한다.
 
스위스재보험의 쿠르트 칼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는 확실히 도움이 안된다"면서 "난방유와 연료비 상승은 소비자들의 씀씀이를 더 위축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 "단기 버블 싸이클의 정점을 향해 간다"

특히 정부가 풀어놓은 돈이 민간 부문의 실물경제를 부양하기 보다는 자산시장의 거품만 키우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조만간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은 최근의 유가 오름세에서 불길한 징조로 감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과 2008년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형성된 자산시장의 장기 버블은 `2007년 10월 주식시장 사상최고치 달성 → 2008년 6월 상품시장(유가) 최고치 달성`이라는 기록을 차례로 남긴 뒤 붕괴해 갔다.
 
▲ 2007~2008년 증시 최고점→ 유가최고점→버블붕괴. 표 상단 다우지수. 표 하단 WTI
 
지난 3월이후 급반등세를 보인 주식시장이 10월 들어 주춤해진 사이 속도를 더 하고 있는 원유시장의 모습이 이와 닮았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상승여력에 한계를 느낀 자금이 원유시장으로 스며들어 투기적 거래를 낳고 있다는 증거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들어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투기자들의 매수 포지션은  22% 증가한 22만4676계약에 이르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쇼크의 상처가 단기간내 치유되기 힘들다고 본다면 경기주기와 주식시장의 호흡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지난달 이후 나타나고 있는 달러가치의 가파른 하락과 자산시장내 커져가는 위험선호, 상승속도를 더하는 유가 오름세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에 의지한 단기 자산시장 랠리, 혹은 단기 버블 싸이클이 정점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최근 시장의 들썩임이 투자자들의 대량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위축된 소비심리와 높은 실업률을 감안할 때  경제는 지극히 불안하고 더블딥의 위험도 높은데, 시장은 이를 외면한채 정신분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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