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4월 리모델링 수직증축 시행을 앞두고 분당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 때아닌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빠르게 확산됐던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 상승 분위기가 지금은 아예 매물 실종·거래 절벽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찾은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 주공5단지 아파트. 이곳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확연히 감지할 수 있었다. 인근 뜨란채공인 조영애 사장은 “지난 5년 동안은 집을 팔려는 사람은 넘쳐도 살 사람이 없어 거래 절벽이 나타나더니, 지금은 완전히 반대로 집주인이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 자체가 끊인 상태”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이 너무 올라 매수자들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은 매수자 우위에서 매도자 우위로 바뀌면서 호가뿐 아니라 실거래가도 크게 올라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한솔 주공5단지의 경우 전용 74㎡형은 4억7000만원 선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4000만~5000만원 올랐다. 인근 느티마을 3·4단지도 전용 66㎡형은 지난해 4억2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4억6000~7000만원을 호가한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분당선 및 신분당선 정자역과 가까운 입지에다 리모델링 호재까지 겹치면서 호가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전했다.
|
서울 강남권에서도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의 대표적 리모델링 추진 단지인 개포동 대치2단지 아파트 전학수 조합장은 “4월 수직증축법 시행 이전에 리모델링 설계안을 마련해 올 가을께 조합원 총회를 열고 사업계획도 확정지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사업이 본격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산본신도시의 세종마을 주공6단지도 아직까지 관망만 하고 있는 분위기다. 산본동 S공인 관계자는 “추진위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집주인들도 기대감은 높지만, 이 때문에 아파트값이 오르거나 거래가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골조만 남기고 모두 재공사를 해야 하는 현 리모델링 방식은 비용이 재건축사업 못지 않게 많이 든다”며 “공사비 이외에도 안전진단비와 이주비 등을 합하면 가구당 분담금이 1억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강남과 분당처럼 고가 주택 밀집지역이 아니고서는 수혜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