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 천만]③ "예고편에 CG 빼자" 성공 이끈 역발상 마케팅

흥행 주역 스태프 김찬진PD, 진종현 VFX슈퍼바이저
  • 등록 2018-01-04 오전 6:00:00

    수정 2018-01-04 오전 10:39:02

영화 ‘신과 함께’ 천만 관객 흥행의 주역인 김찬진(왼쪽부터) PD와 진종현 덱스터필름 VFX 슈퍼바이저가 영화의 스토리와 CG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티저 예고편에서CG 분량을 아예 빼자.” 영화 ‘신과 함께’ 개봉을 앞둔 지난해 중순, 김찬진 PD는 회의 도중 역발상 접근법을 내놨다. 영화 전체 2550컷 중에서 80%에 가까운 2009컷에 CG가 사용됐는데, 예고편에서 CG 분량을 없애자는 제안이었다. “‘신과 함께’는 CG 영화가 아니다.”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는 한술 더 떴다. 상상 속 7개의 저승 지옥을 화면에 만들어낸 비주얼 작업을 책임진 총책임자의 말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VFX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면 오히려 기대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작진이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에서 인정받는 VFX 기술을 갖고 있지만 할리우드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겠는가 고민한 결과죠. 실제로 메인 예고편은 티저 예고편과 달리 스토리를 강조한 형식으로 만들어졌죠.”(김찬진 PD)

‘신과 함께’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한국영화로는 16번째 1000만 관객 영화다. 외국 영화를 포함하면 20번째다. 순 제작비 180억원의 절반은 컴퓨터 그래픽(CG)으로 통칭되는 VFX(시각적인 특수효과)에 쓰였다. 국내 영화사상 최고액의 VFX 비용이 든 영화가 CG 대신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신과 함께’ 시나리오는 제작자인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버전도 있었죠. 실제 촬영은 김용화 감독이 쓰고 다듬고 만들어낸 시나리오 위주로 진행됐습니다. 몇 개월 동안 칩거 상태로 쓴 시나리오를 갖고 오셨는데, ‘미스터 고’의 실수를 끝내는 해법을 제시하셨죠.”(진종현 슈퍼바이저)

김용화 감독은 가상의 고릴라 캐릭터를 화면에 구현한 영화 ‘미스터 고’의 경험을 ‘신과 함께’에 녹여냈다. ‘미스터 고’는 CG 캐릭터의 빼어난 완성도에도 스타배우의 부재, 클리셰 많은 이야기 전개 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김용화 감독과 제작진은 “기술력을 과시한 CG에 스태프가 만족할 게 아니라 영화의 완성도에 관객이 만족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가상의 관객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VFX 등 일부 장면을 삭제했다. 후반 자홍(차태현 분)과 수홍(김동욱 분)이 등장하는 군 부대 분량에서 예상했던 CG 분량을 1/5 정도 확 줄였다. 진종현 슈퍼바이저는 “영화가 VFX보다 스토리 중심으로 관객 방향을 잡았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김찬진 PD와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는 김용화 감독과 인연을 맺고 덱스터스튜디오에 합류하면서 국내 VFX의 선두에 섰다. ‘몽키킹’ 시리즈, ‘적인걸’ 시리즈 등 컴퓨터 그래픽이 대규모로 사용된 중국 영화에 참여하면서 가장 믿을만한 VFX 제작진이라는 명성을 쌓았다. 김찬진 PD는“요즘 VFX를 쉽게 이야기하는 데, 한국 영화 VFX 역사는 20년 남짓 정도다”라면서 “ ‘미스터 고’ 이후 중국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면서 기술력을 엄청나게 쌓았다”고 자평했다. VFX 역사가 싹틔울 시기에 합류한 덕분에 가상의 캐릭터를 만드는 제작 전반에 이해도가 높은 것도 이들의 강점이다. 현재 덱스터스튜디오는 영화제작외에 덱스터라이브톤(사운드믹싱전문기업) 덱스터하우저(VR콘텐츠개발기업) 등 VFX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과 함께’ 흥행 요인으로 상상 속 이야기를 화면에 구현한 VFX가 주요 원동력으로 꼽히죠. 저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요. VFX가 스토리에 잘 녹아든 덕분이라고요. 영화의 VFX는 놀이동산의 이색체험이 아니잖아요. 감독이 말하는 이야기와 따로 놀지 않고 잘 융합될 때 최고의 VFX라고 생각합니다.”(진종현 슈퍼바이저)

‘신과 함께’ 비주얼 작업에 투입된 스태프만 약 300명이다. 3D 설계를 하는 콘셉트 아트팀, 3D 물체의 질감을 작업하는 텍스처팀, 실제 촬영 현장을 3D 공간에 구현하는 매치무브팀, 지옥 등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팀, 특수효과를 만들어내는 FX팀 등 각기 세분화된 인력이 투입됐다. 불·물·철·얼음·거울·중력·모래 등 7가지 소재를 토대로 7개의 상상 속 지옥을 만들어냈다. 제주의 신화를 토대로 한 원작 웹튼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한국 건축양식 자료를 모았고, 각기 다른 느낌을 살리기 위해 화산·남극·사막 등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진종현 슈퍼바이저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천륜지옥에 사막의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해 실제 몽골에 위치한 사막에 다녀오기기도 했다.

김찬진 PD와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는 저마다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우물 안을 벗어나 더 높은 하늘로 날아오를 각오다. 현재 VFX를 맡은 영화만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10여 편에 이른다. 앞으로 이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VFX를 맡아 전 세계에 도전장을 낼 생각이다.

“VFX 산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인력 구성도 세분화되는 등 인적·기술적 집적산업이 됐어요. 앞으로 테마파크의 VFX, VR 콘텐츠의 VFX 등 다양한 영역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신과 함께’의 성공 비결을 본 받아 스토리가 핵심이라는 점도 잊지 않으려고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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