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숙현 진술서에도 4개월 기다린 경주시…"직무유기 책임"

  • 등록 2020-07-18 오전 1:00:00

    수정 2020-07-18 오전 1:00: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감독과 다른 선수들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사망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최숙현 선수가 3월 경주시청에 냈던 자필 진술서가 공개됐다. 진술서에는 최 선수가 당한 괴롭힘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는데도 시가 조사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확인돼 논란이다.

16일 한겨레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최 선수 진술서를 공개했다. 최 선수가 자필로 쓴 이 진술서는 3월4일 경주시청에 우편으로 직접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선수는 아버지 최영희씨를 통해 2월 처음으로 경주시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1주일 뒤 최 선수 동료와 최 선수 등을 상대로 전화 조사를 진행했다. 여기에 최 선수가 한 달여만에 다시 자필 진술서를 시청에 보내 사안 심각성을 호소한 것이다.

진술서에서 최 선수는 “선배 선수가 심한 욕설을 했다”, “선배 선수가 ‘감독님한테 잘 보이려고 발악을 한다’는 등 비꼬았다”, “복숭아 1개를 먹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1시간이나 폭행을 당했다” 등의 증언을 했다.

그러나 경주시청은 1차 조사 후 진술서까지 받고도 최 선수가 사망한 4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3월 최 선수는 가해자를 직접 고소했다. 시청 소속 선수가 형사고소까지 진행했음에도 시는 물론 체육회에서도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최 선수 사망 후 여론이 폭발한 후에야 경주시체육회는 영구제명 징계처분을 내렸다.

경주시는 최 선수 고소로 경찰 수사 단계로 넘어가 상황을 지켜본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진술서를 공개한 김 의원은 “선수들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경주시청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초기 대응에 실패한 시의 직무유기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감독, 운동처방사 안주현씨, 주장 장윤정, 김도환 선수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 최영희씨는 22일 국회 청문회에서 가해자들이 사실대로 증언해주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회피해선 안 된다. 합당한 처벌을 받은 후 숙현이와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도 촉구했다.
최숙현 선수가 3월4일자로 경주시에 보낸 트라이애슬론팀 폭력 등 가혹행위 관련 자필 진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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