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뒤통수 맞은 韓…"전기차 로드맵 재정비 필요"

전기차 패권주의에 비상등 켜진 韓②
IRA영향으로 韓, 연 10만대 전기차 수출 차질 우려
배터리광물 요건 우선 공략…정부와 산업계 공조해 협력 전략 마련 필요
"부처별 분산된 전기차 정책 기능 통합해 전기차 로드맵 재정비해야"
  • 등록 2022-09-13 오전 5:00:03

    수정 2022-09-13 오전 5:00:03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우리나라 자동차업계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휘청거리고 있다. 자동차산업 강대국인 미국이 시장 논리가 아닌 자국 우선주의 의도를 담은 IRA를 들고 나오면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서다. 업계는 전기차 패권주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정부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전기차 관련 정책 기능을 통합한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전체적인 로드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美전기차 2위 韓, IRA로 年10만대 손실 우려

당장 IRA의 발효로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때까지 7500달러(약 104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지원 혜택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회원국인 북미 3개국에서 최종 조립과 미국산 배터리 광물 및 북미산 배터리 부품 조달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북미시장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늘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생산 구조 탓에 현대차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의 준공을 앞당기는 수밖에 없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에 따르면 IRA의 발효로 미국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는 연 10만대 이상의 수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더 당황스러운 건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14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데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현대차그룹을 배려하겠다’는 말까지 꺼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서명하며 기류가 급반전돼 현대차그룹이 미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韓, 각국 정부와 美에 항의…IRA 대응 총력전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전기차시장에 대한 양보 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기차 등 전동화 전환으로 과도기에 돌입한 자동차산업을 놓고 시장 논리보다 자국의 이익 확보를 우선시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입법예고 기간 없이 대통령의 서명 이후 법안이 즉각 발효되기 때문에 수출 국가들의 대응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IRA의 초안이라고 할 수 있는 ‘더 나은 재건 법안(BBB)’이 나온 이후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예고돼왔다. IRA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법안 발의 2주 만에 상·하원을 통과해 기습처리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BBB에 있던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이 만든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 조건과 친환경차 판매량 20만대 초과 시 보조금 제외 조항은 IRA에서 삭제됐다. 노조가 없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늦은 토요타는 한숨 돌렸다. 업계에서는 토요타가 입법 과정에서 정계 로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결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이 지난해 말 무너진 BBB 법안에서 노조 인센티브를 주지 않기로 한 것은 도요타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승리”라고 해석했다.

업계는 한·미 간 형성된 우호적인 기류가 IRA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번 IRA 통과는 미국의 정치 상황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11월 중간선거 등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IRA는 미 내부에서도 논란이 적잖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고 수출국과 통상 마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로선 당장 뾰족한 수는 없더라도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광물과 부품 비율에 대한 요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리튬과 코발트, 흑연 등 핵심 광물 제련 시설이 중국에 집중된 만큼 광물과 배터리 부품 요건은 충족하기 어렵다. 업계는 이와 관련된 조항 수정을 위해 정부가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도 전담팀(TF)을 구성하고 독일, 영국, 일본, 스웨덴 등 다른 수출국과 공동 대응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업계는 정부와 업계가 공조해 세부적인 협력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정책과 기업에 대한 정보 수집, 분석을 통해 정책 대응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의 법안 개정을 위해 기존의 협상노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대미 아웃리치(외부 접촉)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설립해 국내 전기차 로드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현재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에 흩어져 있는 전기차 정책 기능을 컨트롤타워로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부처 간 의견 충돌에 따른 시간 지체를 최소화하고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미래차 공급망이 내연기관차보다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동차부품업계에 대한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며 “미래차 인력 양성 사업도 여러 부처가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통합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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