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부스]린 웨이추의 한과 한국야구

  • 등록 2007-07-09 오후 12:16:32

    수정 2007-07-09 오후 12:31:50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8일 주니치-한신전

한신은 올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이가와 케이의 미국행으로 구멍난 마운드에 주력 투수 줄부상이라는 악재가 겹쳤고,타선도 동반 부진에 시달리는 통에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의 싹은 트고 있습니다. 린 웨이추의 성장이 그것입니다. 2004년 한신에 입단한 린 웨이추는 4년만에 포텐셜이 폭발하며 어엿한 중심타자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9일 현재 타율 3할1푼4리(7위) 13홈런(9위)35타점(18위)을 기록하며 '미래의 클린업 트리오'라는 평가에서 '미래' 부분을 떼내어 버렸습니다.

대만 출신인 린 웨이추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내며 우리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준 선수 입니다.

매우 강한 인상을 갖고 있는 선수죠.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존재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우리네 한의 정서와 닮은 구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린 웨이추는 대만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일본으로 야구 유학을 떠납니다. 당시 그의 목표는 '고시엔 출장'이었다고 합니다. 출발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대만을 떠나기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사춘기 소년의 발걸음이 가벼웠을 수 없었겠죠.

일본에 건너 온 뒤에도 시련은 계속됩니다. 대만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훈련이 힘겨워 몇번씩이나 돌아가고픈 유혹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마음을 다스려 꿈에 그리던 고시엔 출장을 눈 앞에 뒀을 땐 또 다른 벽에 부딪힙니다.

일본 고등학교 입학절차를 밟다가 1년이 늦어진 것이 문제였죠.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니 나이 제한에 걸려 대회 출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청천벽력'은 이럴때 가장 적합한 표현이겠죠.

그러나 린 웨이추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잠시의 방황을 접고 목표를 '프로 입문'으로 수정합니다. 그때부터 알루미늄 배트를 버리고 나무 배트로 훈련에 임했다고 합니다.

가슴에 품어 둔 꿈을 향해 달리는 동료들과 떨어져 홀로 다른 길을 가야 하는 설움. 사춘기 소년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었음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겠죠.

프로 입문 후에도 역경은 계속됩니다. 린 웨이추는 원래 외야수인데요, 한신 외야엔 누가 버티고 있는지 잘 아시죠? 1115경기 연속 무교체 출장 기록을 써가고 있는 가네모토와 영원한 톱타자 아카호시가 있습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두 자리는 무조건 예약이 돼 있는 셈이었죠.

한자리 싸움도 쉽지 않았습니다. 한신의 중점 육성 선수인 하마나카의 존재는 린 웨이추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외국인이 겪어야 할 차별 역시 그의 짐이었습니다.

그러나 린 웨이추는 모든 역경을 이겨냈습니다. 1루까지 겸업해가며 끝내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만들어냈습니다. 그를 그저 반짝하는 깜짝 스타쯤으로 여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8일 경기서 린 웨이추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 한켠이 스산해짐을 느꼈습니다. 가까이는 11월에 있을 베이징 올림픽 예선부터 앞으로 계속될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도 그 솜씨를 뽐내게 되겠죠.

당장 대만에서 11월에 있을 예선이 걱정입니다. 가슴 속 한은 린 웨이추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1년 대만에서 열린 야구 월드컵때 대만 관중들이 한국전에 들고 나온 '한한구천(韓恨九泉)'이란 플래카드는 여전히 섬뜩한 기억으로 제게 남아 있습니다.

'한한구천'은 대만 야구가 번번이 한국에 패해 세계대회 출전이 막혀온 것을 두고 나온 신조어 입니다. '한국 때문에 생긴 한을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대만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짜고 두장의 티켓을 나눠 먹어왔다는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아시아예선이 제집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그동안의 설움을 모두 씻어보겠다며 이를 악물고 있겠죠. 물론 그 중심엔 투지 넘치는 린 웨이추가 서 있습니다.

한국야구는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만과 일본에 연패하며 큰 혼란에 빠진 바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 대표팀이 대한민국 야구가 같은 실수를 두번 연속 되풀이할 만큼 허술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길 다시 한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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