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라고요? 경쟁의 룰 바꿔 성장한 '디퍼런트' 기업들

플랫폼 기업 시대, 탈중앙화 기술 블록체인 올라탄 두나무
'지역' 기반 중고 거래 시장 만든 당근마켓
성공한 모델만 있는 건 아냐
법 제정에 퇴출당한 타다…쏘카의 도전은 현재진행형
  • 등록 2022-01-04 오전 5:01:00

    수정 2022-01-04 오전 10:07:05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영업이익률 91.9%.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의 작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이다. 실적 성장세도 놀랍다. 2017년만 해도 2000억원 수준이던 두나무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까지 3조원(2조8200억원)에 다다랐다. 영업이익은 1300억원대에서 조 단위(2조5939억원)로 뛰었다.

임지훈 두나무 전략담당 이사는 지난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나무가 키워온 사업을 돌이켜보면 세상에 없는 획기적인 걸 내놓은 게 아니다”라며 “기존 시장의 경쟁자들이 충족시키지 못한 니즈를 캐치하고 잘 운영한 덕분”이라고 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하지만 업비트가 나온 뒤 달라진 점이 있다. PC로 암호화폐 거래를 해온 투자자들이 모바일에서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처럼 암호화폐 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내놓은 건 우리가 처음”이라고 했다.

당근마켓 사무실 내부 전경 (사진=당근마켓)


지역기반 신 시장 만든 당근마켓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낸 게 두나무의 1차적인 성공 요인이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두나무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이 득세하는 시대에 서버가 필요 없는 탈중앙화를 핵심으로 하는 블록체인에 주목했다는 점이 꼽힌다. 경쟁의 룰을 바꿔 성장한 셈이다. 다만, 두나무도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2012년 설립된 두나무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내놨다 실패를 맛본 뒤 업비트를 출범시켰다.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암화화폐 거래소 폐지를 언급했지만, 두나무는 그해부터 블록체인 개발자 행사인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를 열었다. 같은 해 블록체인 투자 전문 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를 만들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블록체인 생태계 없이는 업비트도, 두나무도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나무만이 아니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도 경쟁의 룰을 바꿔 성공 가도를 달린다. 중고 거래 사기가 비대면 택배 거래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6㎞ 반경 내 거주하는 동네 이웃끼리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한 점이 먹혔다. 지역 기반 중고 거래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며 ‘신뢰’ 문제를 해결했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코로나 팬데믹 등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비대면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며 “당근마켓은 삶의 방식이 변하더라도 절대 변하지 않을 본질은 무엇일까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돼도 누구나 내가 사는 동네가 궁금하고, 내 주변의 이웃과 가치있는 정보를 교류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웃 간의 연결에서 새로운 가치가 생긴다고 믿고 꾸준히 서비스를 만들어었다”고 했다. 그 결과일까. ‘1가구 1당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근마켓 이용자 수는 급격히 불어났다. 주간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넘는다.

때론 앞서가서…‘달랐지만 실패도’

물론 남들과 달랐지만, 당장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다. 실패의 이유는 다양하다. 때론 너무 앞서가서, 때론 규제 때문에. 유모차, 럭셔리 제품 등을 공유하는 쏘시오는 2016년에 나왔지만 당근마켓만큼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사용하고 돌려준다’는 문화가 정착 안 된 영향이 적지 않았다. 현재 쏘시오는 주거 서비스 전문 기업 ‘쏘시오리빙’으로 피보팅(사업모델 전환)해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이상무 쏘시오리빙 대표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온라인 가입자의 서비스 편리성을 높이고자 쇼핑, 택시, 대리 등 오프라인 서비스를 연동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쏘시오나 당근마켓은 (지역성이라는)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잔존 가치가 있는 부분에 집중하며 이용자의 첫 사용 문턱을 낮추는 것을 사업 목표로 삼는 등 출발점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새로움과 다름을 추구했지만, 기존 업계와 갈등으로 사업을 접은 사례도 있다. 타다는 승합차와 기사를 함께 보내주는 서비스(타다 베이직)로 돌풍을 일으켰으나, 자신의 사업 영역을 침해한다고 반발한 택시업계가 반발하면서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택시 호출 시장에서 퇴출됐다.

타다가 금지되자, 카카오 모빌리티가 단숨에 택시 호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해 버린 점은 규제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타다는 최근 금융앱 토스에 인수됐다.

타다를 떼어낸 쏘카는 차량공유 뿐 아니라 전기자전거·주차 등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결하는 ‘슈퍼앱’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주하던 종합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쏘카는 내가 원하는 탈것을 필요한 때 호출해 이용할 수 있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타다 베이직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쏘카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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