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분은 정치개혁, 속셈은 의원증원...국민 우습게 보나

  • 등록 2023-02-03 오전 5:00:00

    수정 2023-02-03 오전 5:00:00

김진표 국회의장이 엊그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행 선거제 개편의 대안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소선구제 개편을 위해선 의원증원이 필요하니 비례대표를 30∼50명가량 추가로 늘리되 인건비 예산을 5년간 동결하자는 얘기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이런 방안이 제출됐고 이미 80~90%의 의원들이 동의하는 만큼 이를 토대로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4월 10일) 전까지 선거제 논의를 마무리짓겠다고 했다.

김 의장의 이날 발언을 들은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요란을 떨었던 정치권의 속셈이 결국은 의원 증원으로 나타난 데 대해 허탈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지역과 세대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발상부터 설득력이 없다. 김 의장과 정치권은 지금까지 비례대표 의원들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온갖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수준 이하의 의정 활동으로 정치 혐오와 여야 갈등을 부추긴 의원들의 상당수가 비례대표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인건비 예산을 동결하자는 것도 눈가리고 아웅이다. 국민들은 단순히 의원들의 억대 연봉에 분노하는 게 아니다. 차고 넘치는 각종 지원과 특혜를 받으면서도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치우쳐 오히려 국가를 퇴행으로 모는 행태에 진절머리를 내는 것이다. 이번 국회만 해도 나라의 미래가 걸린 ‘반도체특별법’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하고 표심에 눈이 어두워 양곡관리법 개정안 같은 포퓰리즘 법안에 혈안이 돼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들을 감싸며 방탄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왜 혈세를 퍼부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국민이 수두룩하다.

김 의장부터 이런 반감을 의식한 듯 의원 증원은 국민적 신뢰와 함수 관계에 있다며 매우 어려운 여건이라고 토로했다. 김 의장을 포함,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처박힌 상황에서 이번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의원수를 늘릴 게 아니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게 민심의 소리다. 할 일 제대로 하지 않고 권한만 누린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반성과 청사진 없이 의원 수부터 늘리려는 시도는 정말 염치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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