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자본의 원리와 가치투자

  • 등록 2007-01-15 오후 12:20:00

    수정 2007-01-15 오후 12:20:00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자본은 그냥 돈과 다르다. 자본은 처음부터 새끼를 낳기 위해서만 움직인다. 자본의 이런 행동을 우리는 투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모든 투자가 언제나 성공하여 새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자본이 새끼를 낳을지 어떨지는 처음에는 모른다. 결과를 보아야만 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자본 투자에는 언제나 투기적인 요소가 따라붙는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자본의 원리

자본(=capital)이란 새끼를 치기 위해서 누구에게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거나 또는 처음 들어간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낳기 위해서 어디에 투자하는 돈을 말한다. 자본은 기본적으로 돈에서 출발하지만 돈에서 한 단계 더 나가 버린 것이다. 돈이 그냥 거래를 중개하거나 가치를 가격으로 드러내는 측정 단위의 역할을 하거나 또는 가치를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면 자본은 여기서 더 나아가 돈에서 돈이 불어나는 즉 돈이 새끼를 낳는 것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돈의 활동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본을 돈과 구분하는 것은 자본에는 일반적인 돈이 갖고 있는 않는 그러나 중요한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돈 사회라고 부르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라고 부르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금의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그냥 중개 역할을 하는 돈이 아니라 새끼를 치는 자본이다.
 
지금도 많은 후진국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해외에서 자본을 투자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자본가나 또는 자본의 대리인들은 아무 후진국에나 투자하지 않는다. 돈이 새끼를 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투자한다. 돈을 투자하여 새끼를 칠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후진국이 들어오지 말라고 하여도 들어가겠다고 문을 열라고 압력을 넣기도 한다.

자본이 새끼를 치는 과정을 도형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M →X → M’(=M+@)

즉 자본(M)에서 시작하여 이것이 무엇(X)으로 모양을 바꾼다. 그리고는 새끼를 붙여서 다시 자본(M’)으로 되돌아 온다. 주식투자도 처음 M에서 시작하여 주식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M’로 돌아온다.

열쇠 X와 주식투자

우리는 처음 M를 투자할 당시에는 이 X의 크기가 얼마나 될 지 미리 알지 못한다. X는 시간이 지나거나 공간 이동을 한 뒤에야 새로운 가치를 늘리거나 또는 기존의 가치를 줄이거나 그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처음 투자를 할 당시에는 투자가는 단지 이 X가 나중에 얼마가 될 것인지 예상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이럴 수 밖에 없다.  이 X를 우리가 미리 알 수 있다고 하자.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만약 이 X의 값이 크면 많은 사람들이 이리로 몰려들어 처음에 투자하는 돈 M의 값을 올려버릴 것이다. 반대로 이 X가 오히려 기존의 가치를 까먹는다고 하면 아무도 여기에는 M를 집어넣으려고 하지 않아서 M의 값어치를 저 밑으로 내려버릴 것이다.

투자를 새로 만들어 지는 가치(=X)와 비교해서 싼 값으로 M을 집어넣는 것이라고 보면 투자란 이 X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각이 들 때 비로소 시작해야 한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X를 나와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으면 이미 이 X를 반영하여 M의 값이 적정한 수준에 와 있을 것이다.

때로 이 X를 너무 좋게 보아서 거품이 생기기도 한다. 바다 건너 신대륙에 금이 가득 있다고 여러 사람이 믿어 버리면 이 신대륙을 찾아가는 탐험 회사의 주식에 거품이 붙는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상한 색갈의 튜립에도 거품이 붙을 수 있다.
 
자본이 투기로 흘러가면 이 X는 아무 것이어도 좋다. 길가에 있는 예쁜 조약돌이라도 상관없다. 헌 돈 90원을 받고 새 돈 100원을 주어 한번 거래할 때마다 10원씩 손해 보는 회사의 주식에도 거품이 붙을 수 있다. 지나고 나면 미친 짓이라고 하지만 집단의 열기 속에 들어갈 있을 때는 그것이 거품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비하면 강남의 집값이나 미국의 주택 가격에 거품이 끼였는지 어떤지 구분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거품이 끼였다는 것을 알아도 짧은 시간 안에 쉽게 M’>M이 되는 현장에서 빠져 나오기는 결코 쉽지 않다. 곧 M’< M이 될 것이라는 공포 외에는 사람들을 여기서 빠져 나오게 만들기는 아주 어렵다.

비밀 열쇠 X와 가치투자

M → X → M’의 과정에서 중간을 빼내버리면 결국 (M’-M)의 차이가 처음 투자한 M에 비해서 클수록 좋은 투자가 된다. 그런데 (M’-M)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X다. 주식투자의 몇 가지 방법 중에서도 특히 가치투자는 이 X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치투자를 하려면 먼저 앞에서 본 것처럼 X를 남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완전하지 않다. X의 크기를 알아야 한다. 이 X의 크기를 정확하게는 재지 못하더라도 대략은 짐작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M’-M)의 차이를 처음 투자한 M과 비교하여 여러 가지 투자대안 중에서 가장 유리한 곳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X는 잘 알아내기도 어렵고,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그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다. 이것은 이 X가 지나간 일이나 지금의 일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경제 또는 기업활동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은 정말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미래를 미리 알기는 어렵지만 기업활동은 계속 할 수 밖에 없다. 기업활동이나 투자활동은 이런 불확실 속에서 최대한 확실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치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회사가 미래 불확실한 영업환경에서도 확실하게 장사를 잘 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찾고 싶어한다. 즉 경쟁력이 높고 이 경쟁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싶어한다.

가치투자에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이것은 가치와 가격의 관련을 이해하는 것이다. 내가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회사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예상일 뿐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은 가격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가치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예상대로 그 회사가 장사를 잘하여 그 회사가 만들어낸 가치가 가격(=주식 가격)으로 나타나기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가치가 언제나 정확하게 가격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은 거의 대부분 미래에 만들어질 가치를 미리 당겨서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치에는 불확실성과 주관성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가격과 가치는 나란히 움직이기가 아주 어렵다.

가치 투자가는 바로 이런 가치와 가격의 불일치에서 투자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 기회를 활용하려면 다른 모든 사람들과는 반대로 가격이 가치보다 지나치게 낮을 때 주식을 사고 반대로 가격이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을 때 주식을 팔아야 한다. 거의 언제나 다수의 사람들과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다수와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다. 비록 생각은 다수와 반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나 행동도 반대로 하려면 많은 심리 훈련과 실패에서 배우는 학습이 필요하다. 즉 가치투자란 경쟁력이 높아서 미래 전망이 좋은 회사를 다수와 반대로 즉 낮은 가격에 사므로 투자에서 오는 불확실성(=손해)을 최대한 줄이려는 투자 방법이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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