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우승' SK가 위기에 강한 이유

  • 등록 2010-09-22 오후 5:11:46

    수정 2010-09-22 오후 5:15:35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SK가 2년 만에 다시 정규시즌 1위가 됐다. 최근 4년 사이 벌써 3번째다.

세상의 어느 팀도 한 시즌 내내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순 없다. 몇차례의 고비를 극복해 낸 뒤에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SK가 2007년 이후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SK 역시 그동안 숱한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결국은 이겨내는 힘을 보여줬다.

올시즌에도 마찬가지 였다. 선발이 구멍나고 주축 선수들의 부상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SK는 이겨냈다.

4강 탈락팀 한 전력분석원은 SK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멤버 구성을 보면 우리하고 별로 나은 걸 못 느끼겠어요. 그런데 가만 보면 참 잘 버텨내요. 신기한 팀입니다."

그렇다. SK는 멤버 구성이 특별히 빼어난 팀이 아니다. 그렇다면 SK는 어떻게 위기에서 강한 팀이 된 것일까.
▲ 사진=SK 와이번스
◇벼랑 끝의 절실함
김성근 SK 감독은 2006시즌이 끝나고 팀을 맡은 뒤 선수들을 일렬로 세우는 작업을 했다. 실제로 줄을 세웠다는 의미가 아니라 동일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편견은 물론 학연이나 지연, 이름값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모든 선수들을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 기용했다.

주목할 점을 선수들의 출발점이 모두 벼랑 끝이었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캠프 미팅에서 끊임없이 "야구에 감사하라.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절실함으로 야구하라.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고민하라"고 강조했다.

SK는 그렇게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더 밀리면 끝'이라는 심정으로 덤벼들었다. 처음엔 그들의 질주를 비아냥 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저러다 힘 떨어지면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SK는 달랐다. 강인한 정신력은 체력적, 정신적 부담을 모두 이겨낼 수 있을만큼 팀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8:2 정도로 불리하다고 본 경기도 꼭 잡아야 하는 흐름이라면 어떻게든 이겨내는 팀이 SK다. 실력 이상의 무언가를 지닌 팀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 김광현이 4월24일 문학 롯데전서 완투승을 거둔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모습. 사진=SK 와이번스

◇슈퍼 히어로의 힘
그가 없었더라도 SK는 강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우승을 꿈꾸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SK 에이스 김광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광현은 올시즌 단 한번도 등판을 거르지 않고 팀의 마운드를 지켜냈다. 팔꿈치 통증 탓에 스프링캠프서 투구 훈련량이 크게 부족했던 그다. 하지만 김광현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몫을 다했다.

17승(6패)은 데뷔 이후 개인 최다승이다. 그러나 더 의미 있는 것은 그가 등판한 경기서 SK가 보다 많이 이겼다는 점이다.

SK는 김광현 등판 경기서 21승1무8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김광현이 나가는 날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선수들에게 깊이 심어져 있다.
 
19일 대구 삼성전이 대표적인 예다. 2위 삼성의 추격에 힘겨워하던 SK다. 이날 경기서 패했다면 승차가 2경기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매직넘버(4)를 줄이지 못해 흐름을 뺴앗길 수 있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이날 경기서 7.2이닝 무실점의 놀라운 호투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SK가 마음의 짐을 덜고 정규시즌 우승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은 이어주는 에이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투수가 바로 김광현이다. SK가 긴 호흡으로 시즌을 운영할 수 있는 힘 역시 그에게서 나온다. 김광현은 비룡이 승천의 꿈을 꿀 수 있게 만드는 여의주다.
▲ 사진=SK 와이번스

◇이기는 야구의 힘
SK 주장 김재현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선수들이 잘하는 건 벤치의 작전에 대한 움직임이 좋다는 것이다. 감독님의 사인이 나오면 이 상황에서 왜 그런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력이 좋다. 때문에 작전 성공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세상에 어떤 감독도 완벽한 전략을 구사할 수는 없다. '야신'이라고 불리는 김성근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그 작전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다. 감독의 의도를 알고 움직이는 것과 시키는대로만 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난다.

SK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력을 가지고 많이 이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SK는 상대가 헛점을 보이면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힘이 탁월하다"고 말한다.

틈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기회를 반드시 살려낸다는 의미다. SK엔 30개 이상의 홈런을 쳐내 줄 거포가 없다. 한방에 분위기를 바꿀 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때문에 많지 않은 기회에서 조금씩이라도 점수를 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플레이들이 매우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SK가 늘 전력 이상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또 한가지. SK 선수들은 8월 이후 고비가 오자 자발적으로 농군 패션을 한 채 경기에 나섰다. 그저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만이 아니다. 하나 되어 위기를 넘겨내자는 하나 된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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