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한강' 후광효과 서서히 빛난다

한강 '맨부커상' 수상 이후 한국문학 세계 진출 가시화
편혜영 '재와 빨강' 폴란드 문학계 '올해의 책' 선정
혜민 스님 에세이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 등록 2017-03-06 오전 2:00:00

    수정 2017-03-06 오전 2:00:00

편해영의 ‘재와 빨강’ 폴란드판 표지. 지난해 11월 폴란드에서 출간해 현지 문학 커뮤니티가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폴란드의 문학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인 그라니차는 지난 2월 2016년 ‘올해의 책’으로 크비아티 오리엔투 출판사에서 나온 편혜영 작가의 ‘재와 빨강’을 선정했다. 폴란드는 1905년 소설 ‘쿠오바디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를 시작으로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까지 총 4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동유럽 국가 가운데 문학적인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나라다.

그라니차는 독자들의 추천으로 후보에 오른 ‘재와 빨강’에 대해 “알베르 카뮈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라며 “카뮈와 카프카의 문체로 쓰였고 2016년에 나온 책 중 가장 흥미롭다”는 평가와 함께 ‘올해의 책’으로 뽑았다. ‘재와 빨강’은 폴란드 외에도 미국, 프랑스, 중국, 베트남 등으로 판권이 팔렸으며 내년에 미국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편 작가의 최신 장편소설 ‘홀’은 오는 8월 34개국 300여 명 작가의 책을 낸 미국의 중견 출판사 스카이호스에서 먼저 출간한다.

◇한강 ‘채식주의자’ 맨부커 수상 이후 한국 작품 관심도 ‘급상승’

지난해 5월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하면서 높아진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세계 출판시장에서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단순히 소개하는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현지 독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2년 1월 출간된 이후 국내에서 300만 부가 팔린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스페인, 독일, 브라질, 영국 등 세계 26개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 지난 1월 세계적인 출판사인 펭귄북스에서 미국 독자들에게 먼저 선을 보였고 출간 2주일 만에 3만 부가 팔렸다. 2월 중순에 나온 영국판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지난달 26일 영국의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에 오르며 한국 작가의 책으로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출판사 수오서재에 따르면 출간된 지 3일 만에 2만 부를 소진한 영국판은 재판을 찍었다. 미국의 출판전문지 퍼블리스 위클리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해 “떠들석한 시간과 바쁜 삶에서 한숨 돌리고 싶은 독자들에게 완벽한 책”이라고 호평을 한 만큼 앞으로 인기가 더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유학파 출신인 혜민 스님은 책 홍보를 위해 최근 영국을 다녀왔으며 미국 홍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올해 1월 미국에서 나온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왼쪽)과 2월에 영국에서 나온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표지


◇혜민 스님 에세이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올라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뿌리깊은 나무’ 등의 소설로 유명한 이정명 작가는 이탈리아에서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출판계에 따르면 윤동주 시인의 마지막 1년의 삶을 소재로 한 ‘별을 스치는 바람’이 최근 65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레미로 반카렐라상의 후보로 올랐기 때문이다. 프레미로 반카렐라상은 1952년 제정한 상으로 1회 수상작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이후 ‘장미의 이름’을 쓴 움베르트 에코를 비롯해 ‘뿌리’의 알렉스 헤일리 등이 상을 받으며 권위가 높아졌다. 프레미로 반카렐라상에 한국 작가가 후보에 오른 건 이정명 작가가 처음이다. 이 밖에 정유정 작가가 지난해 선보인 ‘종의 기원’도 영국의 리틀 브라운과 미국의 펭권북스와 판권계약을 마쳐 세계 최대의 문학 시장인 영미권의 독자를 만날 예정이다.

북한 작가 반디의 ‘고발’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업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발’은 북한에서 살고 있는 작가가 2014년 한국을 통해 비밀스럽게 출간한 소설. 폐쇄적인 북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일본판과 프랑스판이 나온 이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유명해진 데버러 스미스가 영어판 번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일 영국의 출판사 서펀츠 테일에서 하드 커버 양장본으로 선을 보였고 미국에서는 오는 7일 그로브 프레스 출판사에서 출간한다.

북한 작가 반디의 ‘고발’ 영문판 표지
이런 상황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은 올해 한강 작가를 비롯해 김영하·은희경·한유주 등 국내 작가 30여 명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며 한국 문학의 세계시장 진출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번역되는 언어는 영어·일본어 외에도 아랍어·세르비아어까지 15가지에 달한다.

한국 문학 작품 판권 에이전시인 KL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이후 글로벌 출판시장에서 한국 작품에 대한 평가가 더불어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며 “현지 언론 매체의 노출 빈도가 많아졌고 독자들의 피드백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번역과 해외도서전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외에도 작가들이 보편적인 정서에 부합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꾸준히 써내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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