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의 타임머신]日제재와 삼성의 선견지명…EUV용PR 美`인프리아` 투자

2007년 美오리건 주립대서 출발한 스타트업
삼성, 2014년 이후 연이은 투자로 지분 확보
日 EUV용PR보다 7나노 이하에 적합한 방식
위기 대비한 선제투자..삼성의 '진짜 실력'
  • 등록 2019-07-13 오전 4:00:00

    수정 2019-07-13 오전 8:14:11

미국 소재 스타트업인 ‘인프리아’의 투자자 명단. 삼성의 이름이 가장 위에 있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를 시작한 지 열흘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30대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열어 수출 제재 대책을 논의했고, 12일엔 한국과 일본 양측이 정부 실무자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지난 7일 오후 김포공항을 떠나 일본으로 긴급 출장을 떠나 현지 대형은행 관계자 등 경제계 인사들과 연이어 접촉하기도 했습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한·미·일 고위급 협의 추진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재계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은 수출 제재 철회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삼성이 지속 투자한 EUV용 PR 업체 ‘인프리아’

일본이 수출 제재를 취한 소재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PR·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입니다. 이 가운데 PR과 에칭가스는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라 일본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우리 수출 주력기업에게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란 해석도 나옵니다. 특히 PR은 일본이 약 90%를 점유하고 있어 제재가 장기화 될 경우 우리 업체들의 생산 차질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PR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펴 발라 빛을 받는 부분이 화학 변화를 일으켜 회로를 그리는 작업을 하는데 쓰입니다. 이 소재가 없으면 반도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 제재로 인한 수급 불안이 가장 큰 품목이기도 합니다. 실제 세계 D램 시장에선 지난 11일 현물가격이 수급 불안 우려로 하락 10개월만에 반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이번 제재안에는 ‘13.5nm’(나노미터·10억분의 1m)인 EUV(극자외선)용 PR은 포함됐지만 메모리 반도체에 쓰이는 KrF(불화크립톤·248㎚), ArF(불화아르곤·193㎚) 등은 제외돼 수입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또 범용 PR은 JSR과 TOK, 신에츠화학, 시미토모 등 일본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고 있지만 EUV용 PR은 JSR과 더불어 미국 인프리아(Inpria)도 생산하고 있어 재고 확보가 어렵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리에겐 이름이 다소 생소한 인프리아는 2007년 미국 오리건 주립대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된 반도체 소재 분야 스타트업으로 오리건주 서부 도시인 코밸리스(Corvallis)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인프리아의 주요 투자자 중 한 곳이 삼성이란 사실입니다.

삼성은 2014년 인텔과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과 공동으로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인프리아에 470만 달러(약 5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삼성벤처투자는 또 2017년 2350만 달러를 펀드 형태로 인프리아에 추가 투자했습니다. 현재 삼성벤처투자는 인프리아의 주요 투자자로서 이사회(전체 11명)에도 1명의 이사를 두고 있습니다.

◇7나노 이하 미세공정서 인프리아 ‘non-CAR’ 방식이 日보다 유리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했고 삼성전자가 그 핵심 기술인 EUV 전용공장을 화성에 지어 본격 가동하는 것은 내년부터입니다. 그러나 이미 삼성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던 핵심 소재인 EUV용 PR에 대한 투자를 5년 시작해 미래를 준비해왔던 것입니다.

인프리아가 향후 EUV 미세공정에서 중요한 이유는 PR의 방식이 일본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화학 증폭형 레지스트(CAR) 방식의 PR을 생산하고 있지만 인프리아는 금속 산화물질 기반의 신개념 ‘non-CAR’ 방식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EUV용 PR이 현재 삼성전자가 양산을 시작한 7나노 공정까지는 사용될 수 있지만 5나노, 3나노 등으로 미세공정이 고도화될 수록 인프리아 기술을 써야 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인프리아도 자사 홈페이지에서 “새로운 요구 사항에 중점을 둔 7나노 이하 전용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 1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로 기업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4대 그룹 총수와 따로 산책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고 답했습니다. EUV용 PR 기업에 대한 선제 투자도 삼성의 진짜 실력 중 하나일 것입니다.

[자료=삼성반도체이야기]
[자료=삼성반도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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