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약업계 발목 잡는 '복제약 무임승차'

  • 등록 2014-12-19 오전 6:00:00

    수정 2014-12-19 오전 6:0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얼마 전 한국제약협회는 갑작스럽게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선판매품목허가제가 꼭 도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복제약(제네릭) 독점권’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가장 먼저 깬 제네릭에 시장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미FTA 발효로 내년 3월부터 본격 도입되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핵심 내용으로 정부가 지난 3월 입법예고했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제네릭의 진입 시기를 지연시킨다며 국내 의약품 산업에서 가장 독소 조항으로 꼽혔던 제도다. 한미FTA 발효 이후 3년만에 시행되는 이유다.

제약업계가 기존에 반대가 거셌던 제도에 대해 이제는 그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궁금증은 풀렸다. 국회에서 제네릭 독점권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특정 제품이 제네릭 시장을 독점하면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라는 논리로 독점권 금지를 주장한다.

제약협회의 입장이 모든 제약사의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연구개발(R&D)이나 특허전략에 공을 들이는 업체들은 제네릭 독점권을 찬성한다. 같은 시장에 수십개의 업체가 공존하는 제네릭 시장은 더 이상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특허가 만료된 고지혈증약 ‘크레스토’ 시장에는 무려 72개의 제네릭이 진입했다.

하지만 한, 두 개의 굵직한 시장에서 독점권을 챙길 수만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만 독점권을 가져가려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R&D의 연장선이다.

현재 국내 의약품 시장은 특허 전략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제네릭 업체가 특허소송에서 이겨도 다른 업체들이 기다렸다는듯이 동시에 제네릭을 발매하는 ‘무임승차’가 횡행하고 있다. “특허 소송 이겨봤자 남 좋은 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부는 글로벌 신약 육성을 외치면서 제약사들에 R&D 능력을 키우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제네릭도 빨리 만들려면 R&D가 필요하다. 제네릭이 빨리 등장할 수록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깎여 환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최소한 R&D를 열심히 하는 업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 방향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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