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CEO `30년 전쟁`..스티브 잡스 VS 빌게이츠

올해,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시장서 본격적인 대결 시작…
MS의 치밀한 사업수단에 재미·창의성으로 맞붙는 애플
  • 등록 2007-05-04 오전 7:02:12

    수정 2007-05-04 오전 7:02:12

[조선일보 제공] 현재 세계 최고의 경영자로 추앙받는 사람은 단연 스티브 잡스(Jobs·52) 미국 애플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다. 지난 1976년 애플을 창업한 그는 PC 시대를 열어젖혔고, 이제는 컴퓨터·음악·영화 업계를 아우르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창조적 아이디어로 끊임 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잡스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잡스 회장이 반드시 넘어서고자 하는 필생의 라이벌이 있다. 30여년간 경쟁해온 동갑내기 빌 게이츠(Gates·52)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다. 잡스 회장의 주변 인물들은 “잡스가 항상 콤플렉스를 느끼는 인물이 바로 빌 게이츠”라며 “잡스가 게이츠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방법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불꽃 튀는 대결은 올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시작됐다. 빌 게이츠는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전시회에서 가정용 홈서버 운영시스템을 발표했다. PC와 MS의 고성능 게임기 엑스박스360을 이용해 TV·오디오·비디오 등을 온라인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앞으로 가정 내 모든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콘텐트와 정보가 홈서버 시스템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이틀 뒤.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은 ‘애플TV’란 가정용 멀티미디어 셋톱박스를 소개하며 MS와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애플TV는 PC에 저장된 영화나 동영상 프로그램을 무선으로 전송받아 TV화면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내장해 50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 애플은 리모컨으로 음악·DVD영화·사진·TV프로그램 등을 재생하고 저장할 수 있는 PC도 출시했다.

    잡스 회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첨단 기술을 평범한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려면 소프트웨어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왕국인 MS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파워포인트·워드 같은 MS의 대표적인 사무용 프로그램에 대항할 소프트웨어를 차례로 내놓고 있다.

    빌 게이츠도 애플의 시장을 빼앗기 위해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취하고 있다. 애플의 잡스 회장이 개척한 디지털 음악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MS는 애플의 세계적인 히트작 아이팟(iPod)에 대항하기 위해 작년 말 MP3플레이어 준(Zune)를 내놓았다. 올 6월까지 준의 판매량은 100만대로 예상된다. 이미 1억대가 팔린 아이팟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실적이다.

    하지만 MS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메이저 음반업체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튠스 뮤직스토어와 비슷한 디지털 음악판매 사이트도 개설했다. 잡스 회장은 “준은 우리의 걱정거리가 못 된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





    MS에게는 애플이 갖지 못한 고성능 게임기 ‘엑스박스 360’이 있다. 이 제품은 2005년 11월 출시 이후 1200만대가 팔렸다. MS는 엑스박스를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라 가정용 TV·비디오·오디오 등을 통합 조정하는 홈서버 시스템의 핵심 기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애플의 잡스 회장은 게임기 대신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잡스는 오는 6월 애플의 첫 휴대폰 ‘아이폰’을 내놓는다. 그는 2008년에 아이폰 1000만대를 팔겠다고 공언, 노키아·모토로라·삼성·LG 등 기존 휴대폰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둘 다 대학을 중퇴하고 20대 초반에 벤처 회사를 창업해 억만장자가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생역정이나 경영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

    잡스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친부모를 알지 못한 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 입양됐다. 어렵게 학비를 모아 대학에 진학했지만, 동양철학에 심취해 한 학기만에 학교를 때려치운다. 맨발 차림에 과일 다이어트를 종교처럼 신봉하고, 샤워를 거부해 항상 몸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괴짜였다. 70년대 말과 80년대 초반 개인용 컴퓨터로 세상을 지배했지만, 곧 MS와 IBM이 공동 개발한 PC에 밀려 선두자리를 내준다. 독선적인 행동을 일삼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다 가까스로 복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성 체제에 얽매이지 않고, 이루고자 하는 꿈에 매달리는 잡스의 집중력과 추진력은 기업 경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이팟과 아이맥 등은 단순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능으로 열렬한 추종자를 만들어냈다. 그는 ‘경제에 디자인과 창의성을 도입한 인물’(비즈니스위크)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가가 아니다.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생활양식)과 문화 자체를 바꾼 디지털 혁명가인 것이다.

    이에 비해 빌 게이츠는 부유한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났다. 하버드대에 진학한 그는 PC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간파, 1975년 학교를 그만 두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잡스가 소비자 편의성과 재미를 추구한다면 빌 게이츠는 실용성을 앞세웠다. PC 운영체제 도스(DOS)·윈도와 워드·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은 전세계 사무실의 필수품이 됐다.

    창조에 승부를 건 스티브 잡스와 달리 빌 게이츠는 장사가 된다면 모방도 서슴지 않았다. 마우스를 눌러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그래픽 형태의 PC 운영체제 윈도는 사실상 애플 제품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이때문에 각종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빌 게이츠는 명석한 두뇌만큼이나 뛰어난 사업수완을 발휘해 게임·콘텐트 등 다양한 분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그는 스티브 발머에게 CEO 자리를 물려주고 나서도 여전히 MS의 핵심이자 세계 경제계의 거물로 활동하고 있다.





  • 올 1분기에 MS와 애플은 모두 전문가의 예상을 웃도는 막대한 실적을 거뒀다. 잡스 회장과 애플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올 1분기에 애플은 7억7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가 증가한 것이다. 매출도 21% 늘어난 5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애플 주가는 사상 최초로 100달러를 넘어섰다. 애플은 최근 1년 사이에 주가가 40% 이상 상승했다.

    애플의 최대 효자상품은 역시 MP3플레이어 아이팟. 애플은 1분기에 아이팟을 총 1050만대 판매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 판매량보다 24% 증가했다. 전세계 누적 판매량은 1억대를 넘어섰다.

    2003년 개설한 디지털 뮤직스토어 ‘아이튠스’도 지금까지 총 25억곡의 노래를 팔았다. 애플의 음악관련 사업은 회사 전체 매출의 44%에 달한다. 덩달아 아이맥 등 컴퓨터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애플의 CFO(최고재무책임자) 피터 오펜하이머는 “애플 역사상 가장 수익성이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잡스는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의 부자’ 순위에서 57억달러의 재산으로 132위를 차지했다. 애플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그의 재산도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를 만든, 잡스의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가 전통의 디즈니와 합병하면서 그는 디즈니의 최대 주주이자 이사회 멤버가 됐다.

    MS도 여전히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연초에 출시된 PC 운영체제(OS) 윈도비스타의 판매호조로 MS의 올 1분기 순이익은 49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65% 증가한 것이다.

    매출도 32% 증가한 144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 대비 순이익률은 34.2%로, 1000원을 팔면 342원의 이익을 올린다는 뜻이다. 애플보다 매출은 약 2.7배, 순이익은 6.4배 가량 많은 수치다.

    덕택에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를 13년째 유지하고 있다. 그의 재산은 작년 한해 12% 증가해 560억달러에 달했다. 잡스보다 약 10배가 많은 액수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과연 빌 게이츠의 MS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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