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넷플릭스 생각하면 오산'…왓챠 상장에 싸늘

왓챠, 이르면 연내 국내 증시 상장 예고
동영상+음악+웹툰 통합 서비스 승부수
추천서비스·다양성 영화 보유 강점에도
'4~5등 사업자? 글쎄'…시장 반응 싸늘
경쟁력 강화에 따른 실적 증명도 '과제'
  • 등록 2022-03-04 오전 4:00:00

    수정 2022-03-04 오전 4:0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재무적투자자(FI)가 적잖은 상황에서 기업공개(IPO) 압박이 클 것이다. 관건은 국내 1등 사업자가 아닌 4~5위권 사업자가 IPO 시장에 나왔을 때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다.”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 상장을 예고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를 두고 자본시장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왓챠는 기존의 영상 콘텐츠에 웹툰·음악까지 아우르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왓챠의 이러한 청사진이 유의미한 실적 증대로 이어질지를 두고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출렁이며 IPO 시장 잣대가 보수적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원하는 조건에 상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동영상·웹툰·음악 통합 서비스 ‘승부수’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최근 복수의 FI들을 상대로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명 벤처캐피탈(VC)을 비롯해 관계자들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으로 투자 규모는 약 5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협상 단계에서 오가는 주당 단가를 고려할때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3000억원에 육박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9년 상장 주관사 선정 이후 지지부진하던 왓챠의 IPO 작업이 사실상 시작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왓챠는 지난달 22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연말쯤 IPO에 나설 것을 예고하면서 대대적인 회사 알리기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동영상 서비스에서 웹툰과 음악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콘텐츠 간 경계를 허문 ‘2.0 버전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0년 일본 진출에 이은 글로벌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에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확장성 영역’을 어필하려는 행보였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왓챠는 최근 ‘머니게임(자본금 싸움)’ 양상으로 흐르는 국내 OTT 시장에서 유의미한 행보를 걷고 있다. 10명 남짓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경쟁 OTT에서 볼 수 없는 큐레이션(추천) 서비스와 다양성 영화(작품성이나 예술성이 뛰어난 저예산 영화)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누적 앱 다운로드 수도 1000만건을 돌파했다. 십 수곳에 달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왓챠에 자금을 베팅한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왓챠가 지금껏 보여준 행보와 달리 IPO 시장에서 왓챠의 평가는 냉정하다 못해 서늘하다. 먼저 동영상·웹툰·음악을 한꺼번에 제공한다는 통합 서비스의 경쟁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당장 동영상과 음악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전면전이 불가피한데 유튜브가 쌓아 올린 어마어마한 아카이브(누적 콘텐츠)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왓챠는 2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2022 왓챠 미디어데이’를 열고 음악과 웹툰 구독을 추가해 연내 선보일 ‘왓챠 2.0’을 소개했다. 사진은 박태훈 왓챠 대표. (사진=왓챠)
4~5등 사업자에 투자? 시장 평가 ‘글쎄’

새 서비스 도입에 따른 가격 상승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왓챠는 새로 선보일 통합 서비스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현 가격 수준보다 10~20% 이상은 높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런데 서비스 가격 인상에 대한 사용자들의 생각이 긍정적이진 않다. 지난 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디지털 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구독하던 OTT 요금이 10% 오를 경우를 묻는 말에 과반에 가까운 48.8%의 응답자가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왓챠가 IPO 시장에서 내세울 ‘킬링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평도 나온다. 바꿔 말하면 왓챠가 국내 OTT 시장을 이끄는 주도적 사업자가 아니라는 점과 맞물린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이용자들은 평균 2.7개의 OTT 플랫폼을 구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넉넉하게 잡아도 세 손가락 안에는 들어야 OTT로서의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앞선 보고서에서 응답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OTT 1~3순위를 합산한 결과 왓챠는 13.7%로 전체 5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84.9%)와 유튜브(80.0%)에 이어 3~4위인 티빙(31.2%) 웨이브( 27.8%)와도 2배 이상 벌어진 격차를 보였다. 최근 쿠팡플레이와 카카오TV의 점유율 상승이 가파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위치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 실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냈는지도 중요하다. 왓챠 측은 미디어데이에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2% 늘어난 723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출보다 ‘실속 지표’로 꼽히는 영업익이나 당기 순이익의 흑자 전환 여부가 중요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IPO 시장에서 성장주에 대한 분위기가 좋았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흔들리면서 영업이익이나 캐시카우(현금창출력) 등의 지표 등이 부각되는 점도 사실이다”며 “성장 잠재력에만 의존해 IPO에 나설 경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상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주가 관리인데 오버행(잠재적 물량 부담) 측면에서 봤을 때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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