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명예기자석)빈볼에 대한 짧은 생각

  • 등록 2007-05-07 오후 4:43:12

    수정 2007-05-07 오후 4:46:48

▲ 5월 4일 두산과의 잠실경기에서 두산 안경현과 몸싸움을 벌였던 LG 봉중근이 5일 경기전 두산 안경현을 찾아가 정식으로 사과했다. [사진=LG구단]


[이상현 이데일리 SPN 명예기자]

빈볼(bean ball)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위협하기 위하여 고의로 타자의 머리 쪽으로 던지는 공을 말한다.(표준국어대사전) ‘bean’은 콩을 뜻하는 단어이고, 미국에서는 속어로 사람의 머리를 지칭한 데서 빈볼이라는 말이 유래됐다.

프로야구에서는 빈볼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나 일본야구도 마찬가지이다. 빈볼의 고의성을 판단하는 것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타자의 머리 쪽으로 공을 던지면 대부분 빈볼 판정을 하고, 투수를 퇴장시키는 것이 대세다.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거나 투구폼이 흔들려서 잘못 던질 수 있는 만큼, 투수들에게는 매우 불리한 제도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타자들을 보호한다고도 볼 수 있으니 그렇게 나쁘게만 볼 수도 없다.


팀 워크(Team Work)

지난 4일 LG-두산 경기에서 일어난 빈볼 시비를 돌이켜 보자. 4회까지 안타 하나만을 허용하며 잘 던진 봉중근에게 5회 불운이 계속됐다.

두산 선수들의 잇단 행운으로 한 점을 더 허용하며 무사 2, 3루의 위기를 맞았다. 이때 윤재국의 스퀴즈번트가 실패해서 3루 주자가 협살에 걸린다.

2루 주자는 이미 3루에 안착해서 3루 주자는 아웃 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어쩔 수없이 홈으로 가서 아웃이 되어야 하는 이대수가 조인성과 몸이 부딪혔고 주루방해가 받아들여져 1점을 추가한다. 곧이어 스퀴즈에 실패했던 윤재국도 적시타를 쳤고 1루에서 기쁨의 세리머니를 한다.

봉중근은 우선 이 과정에서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LG 야수들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도 많았다. 타석에는 안경현이 들어섰고, 봉중근의 초구가 안경현 머리 뒤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이 볼이 고의성이 있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찌 됐든 팀워크를 추스리는 계기는 될 수 있었다. 봉중근의 빈볼 이후 8점차까지 벌어진 상황에서도 추가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 LG 내야수들이 전진 수비를 펴는 등 다시 집중력이 살아났다.

안경현 역시 봉중근에게 달려 나가지 않을 수가 없다. 야구는 멘탈(mental) 스포츠이고 중심타자의 기세가 꺾이면 팀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수들의 스포츠맨십은 그 다음에 나타났다.

두산 간판 김동주는 가장 먼저 달려 나와 격렬하게 몸싸움을 했고, 이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대수도 상당히 흥분한 상태였다. 그 사이 LG선수들은 봉중근을 둘러싸 보호했다. 야구에서 집단 몸싸움은 단순한 패싸움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절을 풍미했던 투수 그렉 매덕스는 자기 팀 선수가 몸에 공을 맞으면 반드시 그 다음 회에 상대편 선수에게 빈볼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느 날 자기 팀 선수가 몸에 공을 맞자 심판이 마운드에 와서 타자 몸 쪽으로 공을 던지면 퇴장시킨다고 그에게 일렀지만, 그는 타자를 맞추고 당당하게 퇴장 당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집단 몸싸움을 할 때 뛰어나오지 않는 선수에게 벌금을 받기도 한다.

던지고 치는 게 다는 아니다

어떤 이들은 빈볼이나 집단 싸움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또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팬도 있다. 물론 단순한 감정싸움에 비롯된 것이나, 상대를 정말로 해치려 했다면 비난받을 만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것들도 야구의 일부분일 뿐이다. 아이들도 알 건 알아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지난 LG-두산 경기에서 볼썽사나웠던 건 선수들보다 더 흥분한 관중들이었다. 일부 팬들은 욕설을 하며 그라운드에 병까지 던졌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이 사태에 대해 "선수들이 다치지만 않는다면 야구에서 가끔씩 일어날 수 있는 볼거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경기 전, 봉중근은 주장 이종렬과 두산 선수들에게 가서 정중히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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