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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2000년대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을 이끈 주역이다. 2000년대 한국 야구의 국제대회와 이승엽은 떼 놓을래야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그의 한방은 늘 보란듯이 터져나왔다. 왜 그를 사람들이 ‘국민 타자’라 부르는지, 그가 왜 대표팀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늘 증명해보였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 4강전서 홈런을 때려낸 뒤 흘린 눈물의 장면은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다. 그의 한 방은 온 국민의 기운을 북돋는 남다른 힘이 있었다.
그런 이승엽은 이번 2014아시안게임에선 태극마크를 내려놓았고, 후배들을 위해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먼저 참 조심스럽다. 나도 대표팀 입장이 돼봤지만 정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누군가가 조언을 할 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내가 조언할 입장도 아니긴 하지만 그냥 그간 대표팀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과 마음들을 하나 둘 정리해보면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조언이라기보다는 내 경험담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압박감들은 심해질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대표팀이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일단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내왔기 때문에 나에 대한 관심도 높았고 나 스스로도 국내용 선수에 머물러선 안된다, 국제 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여야한다는 욕심 아닌 욕심도 있었다. 보여줘야한다는 책임감, 부담감도 들었다.
그러한 부담감을 어떻게 떨쳐내야하냐고? 몸으로 보여주는 길 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중심타선은 부담감이 크다. 나 역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도 내내 부진했었고,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마지막에만 잘했는데 어차피 국가대표 경기, 단기전에서는 매경기 다 잘하긴 힘들다. 중심타선에 집중마크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매 타석마다 잘하려는 생각을 버려라. 국제대회에선 하위타순보다 실패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게 중심타선이다.
그냥 하던대로만 하려고 생각하라. 항상 잘치려고 하지 말고 한 번만, 중요할 때 잘 치면 된다고 생각하자. 1안타, 1타점이 중요하다. 그래도 중요한 찬스에서 치면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더라.(웃음) 주축이 20대 후반 선수들이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즐기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시즌같은 경우라면 페넌트레이스가 긴 게임이라 즐길 수도 있고, 매일매일 다른 기분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국가대항전은 전쟁이다. 한 게임지면 끝이다. 그만큼 절박하다. 집중력을 갖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팀 전체가 응집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TV로 응원하는 입장이 되니 솔직히 홀가분하다. 대표팀 생활에 만족은 없고 부족함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아쉬움 역시 단 1%도 없다. 모든 부담감을 던져놓으니 마음은 편하다. 늘 몸으로 하는 시간에서 이제 TV로 응원하게 됐는데 이것 역시 나에겐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마음속으로 응원하겠다. 이번엔 다 잘할 것이라 믿는다. 시즌 때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들이 많아서 잘 할 것 같다. 금메달을 꼭 따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