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군이 뭐길래'…150m 두고 집값 '2배 차이'

자녀 첫 입학할 시기에 내집마련
초등학교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목동 신시가지 학군 우성 84㎡=6억
학군 벗어난 목동건영 반값 3억 거래
  • 등록 2016-06-28 오전 5:30:00

    수정 2016-06-28 오전 5:30:00

△서른이 넘어서 결혼하는 만혼 풍조가 만연하면서 주택 구입 때 초등학교 학군이 주요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지난달 분양해 계약 닷새만에 완판된 ‘DMC2차 아이파크’ 아파트. 초등학교가 바로 옆에 있는 이 단지의 경우 계약자 중 30대가 절반이 넘는다. [사진=현대산업개발]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아파트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2개나 있어 입주 후에 아이를 안심하고 등·하교시킬 수 있어 너무 만족합니다.”(서울 동작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박모씨)

롯데건설이 이달 초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8구역에 공급한 ‘흑석뉴타운 롯데캐슬 에듀포레’아파트(545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8.4대 1의 경쟁률로 전 가구 신청 마감됐다. 올해 서울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높은 청약 경쟁률를 기록한 비결은 단지명에서도 강조한 교육 여건이 첫손에 꼽힌다.

이 단지는 북쪽은 중앙사대부속초, 남쪽은 은로초, 동쪽은 중앙사대부속중, 서쪽은 중앙대 등 사면이 학교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단지에서 걸어서 1~2분 거리에 초등학교가 2곳이나 있어 분양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30대 실수요층을 대거 흡수했다는 분석이 많다. 주목할 부분은 흑석뉴타운이 전통적으로 학군 수요의 기준으로 작용했던 고등학교가 없는데도 서울 재개발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결혼을 늦추는 만혼(晩婚) 풍조가 뿌리내리면서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와는 다른 초등학교 학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초등 학군이 분양 성적 향배 갈라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남녀의 첫 결혼 연령은 남자는 32.6세, 여자는 30세로 양쪽 모두 서른을 넘겼다. 또 여성의 첫 출산 연령은 31.2세였고 결혼 후 생애 최초 주택을 구입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약 7년이었다. 이를 근거로 추정해보면 성인 남성이 결혼해 처음 내 집 마련을 할 시기는 대략 30대 후반이다. 자녀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할 시점이 된다. 자연히 주택을 구매할 때 초등학교 학군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 것이다. 과거 베이비붐 세대가 20대 초중반에 결혼해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쯤 내 집 마련을 했던 것과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실제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에서는 실수요자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학군이 우수한 단지들이 조기 완판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지난달 말 분양한 ‘DMC2차 아이파크’ 아파트는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도 계약 시작 닷새 만에 완판됐다. 계약자의 절반 이상이 30대였던 이 단지는 연가초등학교와 연희중학교가 단지와 맞닿아 있다는 입지 여건이 분양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또 대림산업이 동작구 상도동에 이달 선보여 1순위 청약에서 19.3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전 가구 마감된 ‘e편한세상 상도 노빌리티’ 아파트(893가구)도 초등학교 학군이 흥행에 한몫을 했다. 이 아파트의 경우 불과 100~200m 거리에 강남초가 있고, 반경 800m 내에 초등학교 4곳이 있다.

같은 지역에서도 학군 따라 아파트값 2배 차이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도 초등학교 학군에 따라 집값 격차가 벌어진다. 주로 비강남권에서 이같은 현상이 뚜렷하다.

학군 수요가 몰리는 서울 목동에서는 진학하는 초등학교에 따라 집값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목동우성아파트와 목동건영아파트는 직선거리로 불과 150m 떨어진 단지로 1992~1994년에 지어져 입주 시기가 비슷하다. 단지 규모도 각각 332가구와 299가구로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목동우성은 신시가지 초등학교 학군에 속해 전용 84㎡형 아파트값이 6억 20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신시가지 학군이 아닌 목동건영은 같은 주택형이 반값 수준인 3억 6000만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분양 이후 신시가지 학군 편입이 확정되면서 억대 프리미엄(웃돈)이 붙기도 한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목동 힐스테이트’(896가구)는 분양 시점에는 행정구역상 전체 15개 동 가운데 4개 동만 신시가지 학군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2014년 4월 청약 당시 대부분 주택형이 미달됐다. 그러나 단지 전체가 신시가지 학군 배정이 결정된 이후 프리미엄이 빠르게 붙어 현재 전용 84㎡형의 매맷값은 분양가(평균 6억 75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뛴 8억원으로 치솟았다. 목동현대공인 관계자는 “신시가지 학군으로 편입된 이후 매물이 씨가 말라 현재는 살 수 있는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IT기업이 밀집한 상암DMC의 배후 주거지로 떠오른 가재울뉴타운에서도 올해 3월 개교한 혁신학교인 가재울초등학교(남가좌동) 진학 가능 여부에 따라 아파트값이 엇갈리고 있다. 가재울은 북가좌동과 남가좌동으로 나눠져 뉴타운 내에서도 단지별로 다른 초등학교를 가야 한다. 남가좌동으로 가재울초 학군인 ‘DMC파크뷰자이1단지’(2127가구) 전용 84㎡짜리 아파트는 현재 6억 7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북가좌동인 ‘DMC래미안e편한세상1단지’(2664가구)의 같은 주택형은 6억 2000만원선으로 5000만원 가량 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자사고와 특목고 강세로 고등학교 학군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다”며 “초등학교는 단지와 가까운 곳에 배정받기 때문에 자녀의 통학 등 안전상의 이유까지 더해져 주택 구입 때 중시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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