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3주기...“평등해야 안전하고 안전해야 평등해요”

[인터뷰] 윤김진서, 양승연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활동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 운동의 지형 달라져
대학 내에서도 묻지 말라는 강요 심해
  • 등록 2019-05-17 오전 12:15:32

    수정 2019-05-17 오전 12:15:32

(사진 = 스냅타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윤김진서, 양승연 활동가.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에 대해 대학 내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당시에는 정말 많은 여성들이 나일 수도 있었다는 온전한 공포심을 느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느껴왔던 어떤 억압이나 공포심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얻게 됐죠.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사회에 환기되면서 많은 성차별 문제가 가시화됐다고 생각해요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화장실에 6명의 남성이 오갔음에도 살해되지 않았지만 20대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와 살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물결이 온/오프라인으로 퍼져나갔다.

스냅타임은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에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의 윤김진서, 양승연 활동가를 만났다. 그리고 강남역 살인사건이 대학 내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어떤 의미였으며 현재 여성주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그리고 여전히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사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제공)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로고


강남역 사건 후 페미니스트 됐다는 또래들 많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이하 성성어디가)는 지난해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재건 운동을 하며 생겨난 단체다. 이 단체는 대학 내에서 여러 페미니즘 활동들을 활발하게 이어나가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두 활동가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회상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들의 대화의 큰 흐름은 여성들이 함께 경험을 공유하기에 하나로 묶여 이 사안에 대해 공감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양승연 활동가는 “그 당시 수많은 여성들이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거리에 나와서 추모제를 진행했던 이유는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살면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그래서 나일 수도 있었단 생각을 공유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여성들이 함께 안전한 사회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윤김진서 활동가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본인의 정체성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전에는 나와 타인을 어떻게 정체화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그때 했던 고민들이 총여학생회 재건 논의로까지 이어져서 여성이라는 정체성 혹은 성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자 정체성의 정치까지 논의가 확장되고 차별과 투쟁하는 시작점이 된 느낌을 자주 받는다”라고 말했다.

(사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제공)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집회에 사용된 피켓 모습


대학 내에서도 묻지 말라고 강요받는 건 똑같죠

두 활동가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의 경험들이 대학 내에서 페미니즘 활동들을 이어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도 묻지마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다양한 여성 대상 폭력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연 활동가는 “묻지마 범죄에 묻지 말라는 말은 명령조로 강요하고 있는 말인데 사실은 우리는 계속해서 물어야 한다”며 “우리에게 관습적으로 질문을 하지 말라고 강요받았던 것에 질문하고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페미니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묻지 말라는 말에는 어떤 혐오와 차별, 억압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며 “이유를 묻지 말라는 사람들은 그걸 파헤치면 민낯이 드러난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김진서 활동가도 “대학 내 일명 백래시라고 불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 문제도 묻지마 살인 사건의 형태가 그래도 답습된 형태”라고 지적했다. “여성을 차별하거나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이유도 필요 없고 논리도 필요가 없다”며 “왜냐하면 이유를 밝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항상 차별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 지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제공) 훼손된 성성 어디가의 대자보


평등해야 안전하고 안전해야 평등하다

성성 어디가는 지난해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재건을 위해 여러 활동을 했지만 결국 무산됐고, 그 이후에 본인들의 활동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다. 윤김진서 활동가는 “우리가 총여라는 수단을 통해 학내 소수자 정치 혹은 학내 공동체의 평등을 되살리고 싶었는데 총여를 통해 할 수 없게 됐으니 새로운 수단을 선택해야 했다”며 그 일환으로 수도권 내 여러 대학 내 페미니즘 단체, 총여학생회 등과 함께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라는 집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집회의 구호 중 하나는 “평등해야 안전하고 안전해야 평등하다”였다.

하지만 대학 내 환경은 녹록치 않았다. 두 활동가는 대학 내에서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밝히고 활동한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피해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윤김진서 활동가는 “우리가 총여학생회를 얘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모두가 그만 말하라고 하는 와중에 그나마 좀 더 공식적으로 힘 있게 말할 수 있는 기구를 상상했고 그래서 찾은 방법이 총여학생회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총여학생회 재건이 무산되고 나서는 시험기간에 두려워서 도서관도 가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두려움을 느낀 이유는 실제 폭력보다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학교와 학생회가 더 이상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보지 않고 분리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 대자보를 붙이면 바로 훼손이 되고, 학교 커뮤니티에는 실명을 적시한 살인예고가 올라오고, 입학식 날 학내에서 홍보를 한다는 이유로 재학생임을 밝혔음에도 학교 밖으로 쫓겨나기까지 했다. 또 구둣발로 짓밟고, 진압봉으로 때려야 한다는 등의 심한 조롱과 징계하라는 요구까지 이어졌지만 학교와 학생회 측은 침묵할 뿐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성균관 성평등 어디로 가나 등 각 대학의 페미니즘 단체들이 '마녀사냥'을 컨셉으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생각을 함께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있으니 존버(존엄하게 버티다)해야죠

하지만 성성어디가 활동가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옆에서 생각을 공유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단단히 버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성어디가는 지난 3.8 여성의 날에 마녀 행진이라고 불린 대학 페미 퍼포먼스를 주최했고, 성균관대 내에서는 성대 페미니스트 캠프라는 대안적인 새내기 배움터 자리를 마련했다. 또 대학 간 페미니스트들의 연대체인 ‘유니브 페미’라는 단체를 준비중이라고 했다.

윤김진서 활동가는 “여성이 사회가 정한 규범에 따르지 않으면 마녀라고 치부하고, 낙인찍고, 죽이는 행위가 대학 페미니스트에게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러한 페미니스트에게 가해지는 공격이나 백래시에 공감하며 수도권 대학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마녀 복장을 하고 자기 학교에 있었던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행진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두 활동가는 입을 모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 지금까지 여성주의 활동을 하며 스스로의 분노를 더 이상 검열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제는 더 이상 사회에서 정해진 규범에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게 됐기 때문이다.

“생각을 공유하는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연대하니까 앞으로도 존엄하게 버텨나가야죠”

/스냅타임

[정성광, 김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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