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가 주도하는 시장…M&A ‘리미티드 마켓’ 열린다

[M&A 시장 백스텝]
새해 M&A 시장 리미티드 마켓 전망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펀딩 난항 속
자금 넉넉한 소수 원매자 주도 시장
드라이파우더 넉넉한 '초대형 PEF'
지난해 펀딩 싹쓸이한 운용사 주목
  • 등록 2023-01-05 오전 6:00:00

    수정 2023-01-05 오전 10:27:39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가진 자들의 세상이 온다.”

널뛰는 금리 여파로 움츠린 새해 자본시장이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내외 시장 분위기가 원매자나 매각 측 모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아서다.

시장에서는 원매자 우위인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도 아니고, 판매자 우위인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도 아닌 자금력을 갖춘 제한된 원매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리미티드 마켓’(Limited Market)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넉넉한 자본을 바탕으로 협상 주도권을 쥐면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크게 떨어진 매물 인수를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가진 자들이 주도하는 시장 온다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은 기준 금리 직격탄을 맞은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시 침체로 상장사 주가는 끝 모르고 내림세를 이어갔고, PEF 운용사마다 펀딩(자금마련)에 역대급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M&A 과정에서 협상이 돌연 무산되는가 하면 손해를 각오한 매각 사례까지 나오는 등 시장에 찬 바람이 불어 닥쳤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놀란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리스크 줄이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합리적이면 승기를 잡을 수 없다’며 과감한 베팅을 서슴지 않던 2021년과는 정반대 분위기로 돌아선 것이다.

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확실한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와야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가 그나마 조금 풀리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시장 관계자 모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고금리를 감당하면서까지 자금을 모아 M&A에 나서기 녹록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상장사 인수에 대해서는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가 하락에 대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장 안팎에서는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내 유보금이나 드라이파우더(펀드 내 미소진 금액)에 여유가 있는 소수 원매자들이 시장 전체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 원매자들이 밸류에이션(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시장 매물에 대한 적극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조짐은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이뤄진 1조원 이상 M&A거래(계약건 포함)는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포쉬마크를 약 2조1000억원에 인수한 네이버(035420)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1조6000억원에 인수한 SKC미래소재, MBK파트너스가 2조4000억원에 인수 계약을 체결한 3D구강스캐너 업체 ‘메디트’ 등이다.

빅딜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자금 활용이 원활한 원매자들은 여전히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PEF 운용사로 범위를 좁히면 MBK파트너스와 한앤코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주축으로 펀드를 꾸린 운용사라는 점에서 국내 PEF 운용사들과 견줘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기관 러브콜 받은 PEF 운용사 주목

주춤한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주요 공제회나 연기금 등이 주최한 운용사 콘테스트에서 자금을 대거 확보한 PEF 운용사들의 올해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가 진행한 위탁운용사 선정 결과를 보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스카이레이크, IMM PE,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일부 대형사들에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이 쏠리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눈도장을 받은 운용사를 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IMM PE는 지난해 신규 조성 중인 로즈골드 5호 펀드 1차 모집을 마무리했다. 모집 규모는 약 8000억원 수준이다.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농협중앙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IMM PE는 2조6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 경색 여파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자금 모금을 마무리한다는 전략이다. 원하는 금액을 채우는 데는 실패 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뚫고 8000억원을 모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산재보험기금과 교직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노란우산공제회가 주관한 콘테스트에 위탁 운용사로 선정되며 지난해 하반기에만 약 54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유치했다. 웬만한 중대형 PEF 운용사가 조성하는 블라인드펀드에 버금가는 규모를 하반기에만 유치했다.

11호 블라인드펀드를 거의 소진한 스카이레이크는 현재 1조원 규모 12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12호 블라인드펀드는 기존처럼 혁신기술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용 자금이 넉넉하다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에서 매물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해진 기간에 매물을 팔아야 하는 매각 측의 경우에도 올해 분위기를 감안한 전략 수립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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