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앞에서 막고 뒤로 푸는 가계 대출...엇박자, 이래도 되나

  • 등록 2023-12-29 오전 5:00:00

    수정 2023-12-29 오전 5:00:00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한도 축소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해 기존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보다 한층 강화된 ‘스트레스 DSR’ 제도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그제 발표했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연소득 1억원인 사람이 변동금리 대출(30년 만기 분할상환)을 받는 경우 대출 한도가 현재 6억 6000만원에서 5억 6000만원으로 1억원 줄어든다고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수위를 훨씬 넘었다. 한국은행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875조 6000억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적정 비율(85%)을 한참 웃도는 수준으로 과도한 가계빚이 경제의 지속성장과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DSR은 대출자의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이 은행권은 40%, 2금융권은 50%를 넘지 못하도록 대출한도를 규제한다. 스트레스 DSR은 여기에 금리변동 위험의 크기에 따라 1.5~3%의 가산금리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더욱 축소하는 것으로 DSR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금융위의 정책 방향과는 상반되는 정책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는 그제 내년부터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출산한 무주택 가구주가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을 때 최저 연 1.2%로 최대 5억원(전세는 3억원)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여기에 더해 20~30조원 규모의 청년주택드림 대출도 내놓을 계획이다. 특례대출은 DSR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큰 구멍이 뚫리는 것과 같다.

정부가 한쪽에서 가계대출 물꼬를 막고 다른 쪽에선 물꼬를 트고 있다. 이런 엇박자를 방치하면 가계부채 억제 정책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도 섣불리 부동산 대출 규제를 풀었다가 가계빚 증가와 집값 재상승의 역풍을 자초한 바 있다. 정책 엇박자가 되풀이되는 것은 정부내에 각 부처 정책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기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례대출 규모를 대폭 줄여 정책 엇박자를 최소화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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