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 1년…마냥 웃지 못하는 상인들, 왜?

청와대 인근 북·서촌 상가 가보니
지난해 5월 청와대 개방…“개방 시점 매출 20% 늘어”
“단골 손님 빠져 아쉽다”는 반응도
소음 공해·쓰레기 투기…불만섞인 반응도
  • 등록 2023-05-08 오전 6:00:00

    수정 2023-05-08 오전 6:00:00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방문객 효과? 그런 거 없어요. 오히려 단골들만 빠져나갔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청와대 인근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지난 3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해온 김모(46)씨는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그릇을 정리하며 “관광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방문 후 그대로 빠져나가지 식당에 잘 들르지 않는다”며 “오히려 공무원 단골들이 없어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통령실의 역할을 끝내고 대중에게 개방된 지 이달 10일이면 1년을 맞지만, 인근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코로나19에 따른 실내외 마스크 해제와 더불어 청와대 개방으로 매출 상승을 노렸지만, 개방 당시에만 매출이 잠깐 늘어난 정도에 그쳐서다. 오히려 청와대 공무원 등의 단골손님을 잃어 고정적인 수입이 줄어든 것이 아쉽다는 반응 등이 이어졌다.

종로구 효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51)씨는 “지난해 5월 청와대가 개방될 때만 해도 매출이 20% 정도 늘었다”면서도 “그 이후에는 관광객들이 서서히 빠지면서 매출은 그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지방에서 전세버스로 오는 사람들은 꾸준하게 있는 것 같은데, 관광만 하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북촌이나 서촌에서 활발하게 관광을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박모씨 등의 말처럼 청와대 방문객 수는 지난해 개방 이후 줄곧 감소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청와대 이용 현황’에 따르면, 청와대 개방 시점인 지난해 5월 한 달간 방문객은 57만4380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53만명, 7월34만명으로 감소한 뒤 올해 1월에는 10만5292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근 경복궁 방문객 수와 비교해도 감소세는 눈에 띈다. 경복궁 방문객 수가 올해 1월 30만139명, 2월 23만9099명, 3월 37만1904명을 기록했지만, 청와대 방문객 수는 같은 기간 10만5292명, 11만1522명, 15만3978명을 기록했다.

공무원 등 단골 손님으로 인한 고정 수입이 적어져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이모(65)씨는 “예전에는 청와대 경호실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자주 찾아왔는데 이제는 기대만큼 썩 잘되지 않는다”며 “시위나 집회하는 사람들도 많이 왔었는데 그런 손님들도 이제는 드물다”고 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권모(54)씨도 단체 손님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경비대 등에서 예약받아 커피를 수십 잔씩 만들곤 했는데, 이제 그렇게 만들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관광객들로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상인들도 보였다. 이 지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모(67)씨는 “효자동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점심부터 낮술을 마시는 관광객이 넘쳐난다”며 “소주병에 쓰레기들도 그대로 버려놓고 가서 악취에 미관상 보는 것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카페를 6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모(46)씨는 “대통령이 살 때는 조용했는데 이제는 문화공연이 열리니까 시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며 “이곳으로 커피 마시러 오는 분들은 주로 조용한 분위기를 찾아왔는데 이젠 그런 손님들도 많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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