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5회 '투구수 10개'에 담긴 의미

  • 등록 2013-03-24 오후 1:24:00

    수정 2013-03-24 오후 1:58:07

류현지.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괴물’ 류현진이 초반 위기를 딛고 또 한번의 시험 선발 등판에서 최고의 결과를 남겼다.

류현진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선발 등판, 7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퀄리티 스타트.

불안한 구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경기가 거듭될 수록 자기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것에서 성과를 찾을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5회 기록한 투구수 10개는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출발은 좋지 못했다. 1회에는 투구수가 무려 24개나 됐다. 한 이닝에 15개를 투구수의 마지노선으로 봤을 때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공이 전체적으로 높게 제구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누구든 펜스를 넘길 수 있는 위력을 지닌 메이저리그서 높은 공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덫이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직구 제구가 극과 극을 달렸다. 높은 공은 확연하게 높았고 낮은 공은 미트 보다 땅에 먼저 꽂히기도 했다. 지나치게 공에 힘을 주려는 모습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스스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구를 흔들리게 하는 듯 보였다.

결국 2회까지 안타 1개와 볼넷 1개만을 내줬음에도 2점이나 내주는 아픈 결과를 남겼다.

하지만 류현진은 역시 류현진이었다. 점차 승부를 들어가는 타이밍이 빨라졌고 자연스럽게 투구수도 줄어들었다. 특히 4회 무사 1루서 애덤 던의 잘 맞은 타구가 1루수 정면으로 가며 더블 아웃이 된 후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류현진의 5회가 의미를 지닌 이유다. 류현진은 5회를 공 10개로 끝냈다. 타자와 승부 과정 보다는 결과가 좋았다. 세 타자 중 두 번이나 안타성 타구를 맞았다. 하지만 수비수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는 점이 류현진에게 좋은 메시지가 됐다.

첫 타자 쇼트는 유격수 라이너, 두 번째 타자 와이즈는 좌익수 푸이그의 다이빙 캐치로 2루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개가 모두 빠졌다면 쉽게 1점을 더 준 뒤 실점 위기가 계속 이어졌을 터. 하지만 잇단 메이저리그급 수비는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이후 류현진은 더 강해졌다. 다음 타자 톨레슨과 승부. 8번타자지만 이 타자를 내보내면 결국 9번 투수 까지 상대해야 5회를 끝낼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톨레슨을 잡으면 6회를 투수 타순부터 시작하게 되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볼 카운트 0-2의 유리한 상황에서 5구째를 장기인 몸쪽 직구로 윽박지르며 삼진을 잡아냈다. 이날 그가 던진 직구 중 가장 자신감 넘치고 완벽하게 제구된 공이었다. 느린 커브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으며 직구를 더욱 빠르게 보이도록 하는 효율적인 볼배합에도 순조롭게 적응했다.

‘수비를 믿고 던진다’는 투수의 기본기가 떠오른 장면이었다.

투수는 야수의 실책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교육 받는다. 류현진은 이 부분에 있어선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의 담금질을 받은 투수다. 그런 긍정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배경엔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류현진은 실책에도 표정 변화가 적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반대로 실투가 나왔을 때 수비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때도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5회 투구에서 비로서 그의 다짐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

실제 류현진은 5회 이후 확실히 안정권으로 들어섰다. 한국 마운드에 선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4회 첫 타자 볼넷 이후 11타자 연속 출루를 막아내는 역투를 선보였다. 높게 흩날리던 직구? 찾아보기 힘들었다.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어쩌면 다음 등판에선 한결 어깨가 가벼워진 그의 공을 보게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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