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0년 쌓아올린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 등록 2019-06-20 오전 6:00:00

    수정 2019-06-20 오전 6:00:00

문재인 대통령이 탈(脫)원전 정책을 전격 선언한 것은 2017년 6월 열린 고리원전 1호기 가동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앞으로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방침을 밝혔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도 언급했다. 탈원전 정책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못 박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고 불과 1달 남짓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때로부터 정확히 2년이 지나가는 요즘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던 원전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현실을 곳곳에서 목격하고 있다. 핵심 두뇌와 첨단기술이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일감이 끊어진 업체들은 경영난으로 벼랑에 내몰리는 모습이다. 견디다 못해 사표를 쓴 퇴직자들의 상당수가 외국업체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으며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 유출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독자적인 기술이 외국업체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꼴이다.

대학의 원자력 학과들이 시름시름 활력을 잃어가는 것이 이러한 현실과 무관할 리 없다. 전공학생들이 전과·자퇴 등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원전산업의 미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원전을 기피하는 대신 단가가 훨씬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풍력·태양광 등의 발전비중을 높임에 따라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냈던 에너지 공기업들은 무더기로 적자더미에 올라앉았다. 한국전력이 작년 1조 1745억원의 손실을 낸 것을 비롯해 발전 자회사들이 모두 손실을 기록했다. 원전을 적폐산업으로 낙인찍은 결과다.

국민 대부분이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바로 이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미래 먹거리를 차버리는 정책이 달가울 리 없다. 원자력학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도 원전의 유지·확대 의견이 70%를 넘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눈과 귀를 닫은 채 원전 생태계 붕괴를 재촉하고 있다.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것도 가당치 않은 발상이다. 지난 60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허물어지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