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답이다]①전통·현대 섞고 ICT와 결합…'크로스오버'로 날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콘텐츠 활동반경 좁아져
골프예능·국악오디션 등 '다름X다름' 편견 깬 결과물
새 문화가치 창출하며 新성장동력으로 부상
메타버스 등 ICT 기술 만나 팬들과 가상공간 미팅도
  • 등록 2022-01-04 오전 5:35:00

    수정 2022-01-04 오전 5:35:00

이질적 요소의 결합이 탄생시킨 ‘크로스오버’ 콘텐츠가 문화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에스파와 아바타인 ‘아이 에스파’가 합동무대를 펼친 Mnet ‘2021 MAMA’(위)와 예능과의 결합으로 국악과 골프의 대중화에 기여한 JTBC ‘풍류대장’과 SBS ‘편먹고 공치리’(아래).
[이데일리 박미애 장병호 기자] ‘남들이 안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vs ‘21세기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게 뭐가 남았나.’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매번 되풀이처럼 직면하게 되는 두가지 고민이다. 콘텐츠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이 필요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진 만큼 새로운 걸 찾기는 그 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째 이어지면서 콘텐츠 제작을 위한 활동반경도 좁아졌다. 외국과 교류를 비롯해 새로운 시도를 마음껏 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요소로 ‘크로스오버’를 꼽는다. 이종간 결합이다. 문화콘텐츠 업계는 오랜 기간 순수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를 나누고 전통과 현대 사이에 벽을 세워왔다. 벽을 넘는 시도에 대해서는 ‘통속적이다’ ‘전통을 훼손한다’며 폄훼하는 경향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 벽을 넘으면 새로움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름’과 ‘다름’이 만나 발현되는 혁신은 생존을 위한 무기가 됐다. 퓨전국악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와 웃음을 유발하는 동작들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등이 전세계적으로 이끌어낸 호응을 통해 우리 문화콘텐츠 업계는 ‘다름’과 ‘다름’의 결합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 이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걸 이미 확인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크로스오버는 ‘다름’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하나의 창의적인 실험”이라며 “창작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는 만큼 크로스오버는 문화콘텐츠계 전반에서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댄스·골프·국악…예능과 만나 새로운 문화 창출

크로스오버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문화와 가치, 시장을 창출하며 정체된 듯했던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방송, 그 중에서도 포맷의 변형이 자유롭고 소재 활용에 개방성이 높은 예능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예능과 춤, 예능과 골프, 예능과 국악 등의 크로스오버가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편먹고 공치리’·‘풍류대장’이 대표적인 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여성 댄서들의 자부심과 경쟁심을 통해 누군가의 백업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댄서들이 존중받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골프 예능은 예능을 즐겨 보지 않는 중장년층 남성들을 TV 앞으로 끌어냈으며, 동시에 골프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을 높였다. ‘편먹고 공치리’에 출연 중인 유현주 프로는 “방송을 하면서 대중이 골프를 훨씬 친근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골프를 접하는 연령층도 점점 더 어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풍류대장’은 방송사 예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서바이벌 경연에 우리 전통음악인 국악을 접목했다. 국악계에서는 실력을 인정을 받았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낮았던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며 국악의 매력을 알리고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준우승을 차지한 소리꾼 김준수는 “‘풍류대장’ 출연 이후 국악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국악인으로서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현경채 국악평론가는 국악의 크로스오버에 대해 “국악이 상업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국악인이 대중음악 등과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설 수 있는 무대와 자리가 늘어난다면 국악의 저변 확대에 의미가 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JTBC ‘풍류대장’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국립창극단 대표 단원 김준수. 김준수는 현재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서 고종 역을 맡아 뮤지컬 무대에도 오르며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페이지1)
◇ICT와 결합, 코로나19 비대면 속 활로


크로스오버는 콘텐츠의 장르간 결합을 넘어 콘텐츠와 새로운 과학기술의 결합을 통해 코로나19 시대 지속가능한 생존모델까지 제시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계는 코로나19로 관객, 팬들과 대면활동이 어려워지자 ICT(정보통신기술) 및 영상기술의 결합에서 활로를 찾았다. K팝 스타들의 콘서트, 팬미팅 등은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유튜브를 통해 펼친 비대면 콘서트는 최대 동시 접속자 270만명을 기록했다. 그에 앞서 블랙핑크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진행한 팬사인회에는 4600만명이 몰리며 산업적 활용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 무용 등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5~27일 네이버TV를 통해 상영된 뮤지컬 ‘모차르트!’는 2020년 10월 1만 5000명을 모았던 공연을 온라인을 통해 유료로 서비스한 것이다. 공연 영상화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공연은 현장을 찾아 직접 봐야한다는 업계의 고정관념은 점차 깨지고 있는 중이다.

메타버스는 올해 문화콘텐츠계에서도 최대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MZ세대에게 가상의 세계에 자신의 분신(아바타)을 만드는 메타버스는 현실의 제약을 벗어나 무한한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여겨진다. 문화콘텐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바타를 내세워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에스파와 로지·래아 등의 가상인간은 ‘미래형 엔터테이너’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콘텐츠계의 이 같은 적극성은 메타버스 업계에도 윈-윈효과를 기대케 한다. 메타버스 전문가인 오석희 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문화콘텐츠계와 메타버스의 결합은 스타의 팬들에게 새로운 가상공간을 체험해보도록 함으로써 이용시 특·장점을 알게 해줘 메타버스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측면도 있다”며 “메타버스 공간에서 문화생활과 경제활동이 가능해지고 문화계에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활용까지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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