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정의롭다는 착각버려야…지금이 변화의 적기"[인터뷰]

`2045` 신인 정치 출마자 연대 '그린벨트' 위원장
"172석 주류…패인은 `거악`에 저항하는 정의란 착각 탓"
지방선거 청년 공천 확대에 "바람직…합리적 경쟁"
  • 등록 2022-03-28 오전 6:00:00

    수정 2022-03-28 오전 6:00:00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국민이 민주당에 원하는 것은 `완전무결`이 아니라 `반성`이다. ”

더불어민주당 청년 출마자 연대 `그린벨트`의 이대호(32) 공동위원장은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거악`에 저항하는 약하고 정의로운 세력이란 착각에 빠진 `낡은 세계관` 때문에 대선에서 패한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 출마자 연대 ‘그린벨트’의 이대호 공동위원장. (사진=이대호 위원장 제공)


`그린벨트`는 지난 1월 청년 당원 12명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당내 출마자 연대다. 결성 두 달여 만에 80여 명으로 불어난 `그린벨트`에는 현직 기초·광역 의원도 여럿 포함돼 있다.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도전하는 이 위원장은 172석의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전히 `비주류`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봤다. 이 위원장은 “포용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지만 `상대는 더 나쁘다`는 식으로 반응하며 국민을 실망시켰다”며 “그런 태도가 누적되면서 신뢰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5년 만의 정권 교체라는 쓰라린 패배 이후 쇄신 의지가 높아졌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부터 인적 쇄신을 통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보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 위원장도 이번이야말로 쇄신의 적기라고 했다. 그는 “반성은 변화로 이어져야 하고, 이번 기회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신뢰를 회복하는데 더욱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부터 `새로운 세계관`을 가진 실력 있는 인물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은 정치 개혁의 연장선 차원에서 여성·청년 공천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청년에게 30%까지 공천을 늘려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무조건 청년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경쟁을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트랙`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인 정치인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을 두고서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얘기”라면서도 “30% 정도로는 무자격자가 들어올 만한 쿼터는 아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이후 새 원내대표 선출로까지 이어진 변화에 대한 의지에 기대감도 나타냈다. 민생과 개혁 과제 완수를 강조한 박홍근 의원이 신임 원내 사령탑 자리에 오르며 당내 개혁 색채에 대한 민심이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이념에 치우치고 상대를 배척하기보다는 타협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정치 개혁과 민생 입법을 강조하는 박 신임 원내대표가 국민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필요하다면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와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 출마자 연대 ‘그린벨트’의 이대호 공동위원장. (사진=이대호 위원장 제공)


다음은 이 위원장과 일문일답.

- 신인 정치인 모임 `그린벨트`는 어떤 단체인가.

△올해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2045` 세대 출마자 모임이다. 젊은 신인의 도전이 쉽지 않다보니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도전을 완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했다. 올해 1월 11일 공식 출범했는데 두 달 만에 80명을 넘었다.

- 각 지역별로 출마하는 신인 정치인들에게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나.

△가장 보편적인 어려움은 ‘생계’다. 당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당활동을 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들도 모집해야한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며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도 1년 전에 직장을 그만 두고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면서 정치활동을 했다. 평범한 사람이 정치하기에 힘든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신인 정치인들이 도전해서 자꾸 경쟁을 일으켜야 한다. 정치가 나태해진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정치가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해 소중한 사람, 중요한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그린벨트’와 같은 신인 정치인들이 최선을 다해야한다.

-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와 대선 패배를 연달아 겪었다. 패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낡은 세계관’ 때문이다. 우리가 거대 악에 저항하는 약하고 정의로운 세력이라는 착각이다. 우리 당은 세 번 집권했다. 국회에 172석을 갖고 있다. 큰 권한을 가진 주류다. 그렇다면 낡은 세계관에서 벗어나 포용하고 성찰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가 비주류라는 인식 탓에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상대편은 더 나쁘다’, ‘우리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일이다’라고 반응하면서 국민을 실망시켰다. 그것이 누적돼 신뢰를 잃었다.

- 반성해야 할 구체적인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성폭력 사건들이다. 잘못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더 큰 피해를 막는 것이다. 우리 당에서 연달아 성폭력 사건이 생겼을 때 권한 있는 분들이 부인하거나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했어야 했다. 국민이 원하는 민주당은 ‘완전무결한 당’이 아니라 ‘잘못을 반성하고 어려운 이웃을 지키는 당’이다.

- 당내 쇄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쇄신 방향성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세계관 교체’와 ‘회고 문화 만들기’다. 정치를 거대 악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해 합의해 누군가의 삶을 더 낫게 하는 일로 인식해야 한다. 또 실용주의적이고 통합, 타협지향적으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 회고를 통해 원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분석하고 당원들을 교육해야 한다.

- 청년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한계가 있었다고 보는가.

△2030 세대 인구는 전체 유권자의 32%다. 그 안에는 다양한 관심사가 있다. 그 다양성을 소수의 2030 세대 정치인이 다 대변할 수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공천한 후보자 중 만 39세 이하는 광역의원 8%, 기초 의원 7%다. 젊은 정치인이 부족하다. 일찍 정치인을 꿈꾸는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이 경쟁해서 공천받을 수 있는 ‘트랙’을 잘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 이번에 지방선거 공천에 청년과 여성 확대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 청년 30% 확대 방안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바람직한 방향성이다. 다만 무조건 청년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경쟁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공천 방식은 당원의 선택권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고 있다. 번거롭더라도 창의적인 경쟁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어떤 과목을 만들어 경쟁하도록 할지 외부 사례를 찾고 내부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구시대의 마지막 선거가 아니라 새시대의 첫 번째 선거로 만들 수 있다.

-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30% 할당제를 걸어놓으면 실력이 떨어지고 자격이 안되는데 여성과 청년이라는 이유로 정치에 들어와 전체적으로 정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30% 정도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무자격자가 들어올 만한 쿼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정치권에 경륜있는 선배 정치인들이 많다. 잘 배우고 협력하면서 팀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기대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이념에 치우지고, 강성으로 상대를 배척하기보다는 타협적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특히 정치개혁과 민생 입법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민생 입법에 노력하며 삶에 와닿는 변화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 개혁’ 등 거대 담론이 아니라 실용주의적 정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생각이 반영됐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제1의 과제에 대한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 과거 의제들이 거창하고 지금이 소소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가 달라진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 젠더 갈등, 기후 변화, 사회적 사각 지대 문제 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지방선거에서부터 우리 당이 ‘새로운 세계관’을 가진 실력 있는 인물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 반성은 변화로 이어져야하고 이번 기회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신뢰를 회복하는데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윤석열 정부에 기대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또 야당이 된 민주당에게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기대하는 점은 ‘국민통합’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안철수, 김한길 등 당 밖에 있던 분들을 모시고 중책을 맡겼다. 확장의 노력을 했다. 우려하는 점은 ‘다양성 부족’이다. 인수위 구성만 놓고 봐도 중년 서울대 출신 남성의 비중이 높다. 다양한 입장과 시각을 두루 대변하기 어려울 것 같아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우리 당에 투표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들의 안전한 삶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새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이 우리 당을 보다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궁극적으로 바라는 정치의 모습은.

△누군가의 삶을 낫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경쾌한 체육대회였으면 좋겠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투쟁이지만 목적은 공동체이다. 서로를 파괴하려는 정치가 줄어들고 타협과 공존, 통합을 전제로 하는 경쾌한 정치를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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