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광역지자체 분리…김동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첫 '행정절차' 돌입

道 지난달 26일 정부에 '주민투표' 공식 요청
김동연 "대한민국 발전위한 특별자치도 계획"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규제철폐 우선" 주장도
김민철 "북부 발전위해 조금씩 목표 실현해야"
  • 등록 2023-10-02 오전 9:45:48

    수정 2023-10-02 오전 9:45:48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우리나라에서 완전한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매회 선거 경기도지사에 도전장을 던진 수많은 후보들 중 경기도를 남부와 북부로 나누겠다는 공약은 무수히 많았다.

이중 지난 2022년 열린 제8회 지방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유력 도지사 후보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동연 후보는 투표를 보름여 앞둔 5월 15일 경기북부 행정의 중심인 의정부시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사실상 경기도의 남-북부를 나누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선거에서 김동연 후보는 개표 막판까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와 엎치락 뒤치락하는 승부를 펼친 끝에 8913표 라는 초박빙의 차이로 당선됐다.

이렇게 선거가 끝난 뒤 경기북부의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은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는 “결과론적 말이지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공약이 김동연을 당선시켰다”는 말까지 나 돌 정도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후보 시절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제36대 경기도지사로 임기를 시작한 김동연 지사는 취임 이후 1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 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민·관합동추진위원회를 출범하는 동시에 31개 시·군을 순회하면서 수차례 설명회를 여는 등 필요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어 김동연 지사는 추석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 실시 방안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난 김동연 지사는 “특별자치도 설치는 경기북부 뿐만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성장잠재력이나 국가 발전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일”이라며 “단순히 ‘경기북부가 발전한다’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경제성장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1987년 대선서 처음 나온 ‘분도론’…규제·소외에 대한 해결책 될까?

김 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정책과 맥락이 비슷한 경기북도 신설안은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처음 제시된 이후 이후 35년 동안 거의 모든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거론될 정도로 경기북부지역에선 중요한 이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의정부을) 국회의원이 2021년 ㈜리얼미터에 의뢰해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북도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44.6%로 반대(37.3%)에 비해 7.3%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랄만한 것은 경기도가 올해 조사한 결과는 찬성 비율이 55%, 반대가 21.6%로 나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필요성에 대한 도민 공감대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는 6·25전쟁 이후 수십년에 걸쳐 쌓여진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수많은 규제와 남쪽으로만 향하는 정부의 개발정책으로 인해 이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에 대한 해결책이 경기북도를 신설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픽=경기도)
실제 경기북부 인구는 약 360만명으로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눠 광역지자체 인구를 비교하면 서울과 경기남부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하지만 재정자립도(2020년 기준)는 북부가 28.2%, 남부가 42.9%로 격차가 큰데 이는 북부지역에 산재한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수많은 규제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동연 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과거 국회 차원에서 발의된 수많은 분도법안이 담은 경기남도·경기북도의 단순한 분리가 아닌 경기북부지역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자치권을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춘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별자치도 설치 위한 첫 행정절차…道, ‘주민투표’ 요청

‘특별자치도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경기북부 주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달 26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을 연달아 만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공식 요청했다.

김동연 지사(왼쪽)가 지난달 26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찾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를 공식 요청했다.(사진=경기도)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일’이라는 효과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6·25전쟁 이후부터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했던 경기북부에 대한 합당한 보상 역시 포함하고 있지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의 근본적 이유는 국가의 발전이라는 의미를 전했다.

하루 앞서 도는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비전 선포식’을 열고 특별자치도 설치 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0.31%p 증가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같은 근거를 토대로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관련해 김 지사가 공식 요청한 ‘주민투표’는 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첫 행정적 절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가 공식 요청한 사항인 만큼 행정안전부는 규정에 따라 ‘지방의회 의견 청취’나 ‘주민투표’, 둘 중 하나의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

경기도는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 분할에 관한 사항인 만큼 전체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북부 전체 옭아맨 규제 완화가 우선’이라는 우려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제시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이 지역 주민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줄기가 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경기북부를 옭아매고 있는 각종 규제의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한 특별자치도는 무의미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경기북부는 전체의 42%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건물의 신축은 물론 사소한 증·개축도 자유롭지 못하는데다 개발제한구역이 11%를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기남부에 166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될 동안 북부는 54개에 그쳤다. 여기에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교통여건에 있어 경기북부가 경기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도로 및 고속고도로 비율은 각각 26%, 10%에 그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희망포럼 등 시민단체들이 규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더욱 심각한 것은 발전을 거듭한 경기남부권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를 받는 곳인데 현재 상황에서 발전의 동력 조차 스스로 만들기 어려운 경기북부 역시 이 법으로부터 전 지역이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문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희망포럼 대표는 “특별자치도 설치에 찬성하지만 이보다 앞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 관련 법률에서 경기북부를 제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는 북부지역 주민들의 이같은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경기북부에 산재한 수많은 규제를 벗겨내기 위해 주민들이 나서서 이 지역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대표들을 투표로 뽑아 경기북부만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행정체계를 만드는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정부을)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는 동시에 규제까지 해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 다른 지역의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는 만큼 경기북부의 발전을 위해 차근차근 조금씩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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